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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백록담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알프스같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산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인들과 어울려 있었다. 일부 외국인은 컵라면을 즐기는 한국인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로 했다. '친절한 한국인'도 있었다. 한참 늦게 하산한 동료는 다리를 삔 듯 걷는 것이 불편해 보이는 중국계 여성에게 등산스틱을 기꺼이 빌려줬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쉽게 산에 접근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심형 산행'이 외국인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K-등산' 문화가 한국 여행의 주된 영역이 되고 있다. 그에 발맞춰 관련 인프라도 확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2022년부터 차례로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에 등산관광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인데 다국어로 등산 안내는 물론 장비를 대여하고 등산 후 샤워실도 제공해 외국인에게 큰 인기라고 한다.
K-컬처는 과거 팝과 드라마 중심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분화하고, 그 속도도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플랫폼의 발전에 힘입어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뷰티, 푸드, 패션, 뮤지컬, 웹툰 등에서 이제는 등산까지. 영역 확장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한국 문화가 어느덧 세계인의 일상에 내면화돼 글로벌 문화로 향유되고 소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현실을 잘 몰라 상응하는 자부심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 유럽행 비행기에서 젊은 서양 여성이 태블릿PC로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그 사이 K-컬처는 더욱 놀랄만한 성장을 거듭했고 그것을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다. 우린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하고, 그런 마음이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ond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