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본질은 헌법심…'4심제'는 왜곡된 표현"

기사입력 2025-10-23 12:54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5.10.17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5.10.17 pdj6635@yna.co.kr
언론 설명자료 배포해 '4심제' 표현 자제 당부…야권 등 비판에 반박

"재판 자체 올바른지 다투지 않아…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만 판단"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재판소원 도입을 놓고 "'4심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되자 헌법재판소가 "본질을 왜곡하는 표현"이라며 반박했다.

헌재는 23일 '재판소원-4심제 표현 자제 당부'라는 제목의 언론 참고자료를 배포해 "재판소원 도입 논의와 관련해 이를 법원의 심급을 연장하는 '4심제'로 표현하는 것은 재판소원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며 "정확한 용어 사용에 대한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제도다.

헌법재판소법 68조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를 개정해 법원 재판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소원 심판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낸 자료에서 "재판소원은 법원 심급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다"라며 "재판소원의 본질은 '헌법심'"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은 사실심과 법률심에 관해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법인식 작용을 담당하도록 하지만, 헌법재판소 심판은 사실심과 법률심을 다투는 법원의 사법권과는 성격이 다른 헌법심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이를 두고"기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헌법 보호적인 헌법 인식기능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소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확정된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그 재판 자체가 올바른지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가' 여부만을 판단하는 독립된 구제 절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재판에 대한 재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원 심급체계의 연장인 4심을 창설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일반 법원의 사법권과 헌법재판소의 사법권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4심제 표현은 모순"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이를 언급하며 "헌재는 법원의 사법권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헌법심을 수행하는 독립 기관"이라며 "사법 권한의 우열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재판소원을 4심으로 단정하는 것은 그 본질을 흐리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오랜 기간 학계에서 논의돼 왔으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심제'라는 표현 대신 '확정 재판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구제 절차' 등과 같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소원은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해묵은 논쟁 대상이다.

헌재는 "사법부도 헌법의 일부인 기본권의 구속을 받는다"며 법원 재판도 재판소원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판소원은 결국 3심인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 절차이므로 사실상 '4심제'가 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그간 사법부 입장이다. 헌법은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다.

민주당이 최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재판소원 추진을 공식화하자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사실상 4심제라며 이를 비판해왔다. 지난 20일 수도권 각급 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법원장이 "사실상 '4심제'로 운용돼 위헌 우려가 있다"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alread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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