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119상황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난 살피는 지휘소"

기사입력 2025-11-07 10:13

[촬영 나보배]
[촬영 나보배]
전북도소방본부 119상황실 박성진 통제관 "골든타임 확보에 최선"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119 신고는 모두 종합상황실로 들어오죠. 현장 지휘대와 다른 기관을 조율하고 현장 대원들이 귀서할 때까지 살피는, 한 마디로 '지휘소' 같은 곳입니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이틀 앞둔 7일 전북자치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만난 박성진 상황통제관(53·소방경)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통제관의 업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통제관의 책상에는 모니터 5대와 교대로 근무하는 통제관들이 함께 사용하는 업무용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119에 신고하면 전북도소방본부 상황실의 수보 요원(신고접수 요원)과 연결되는데, 빨갛고 초록색의 글자로 가득한 한 모니터에서는 수보 요원이 메모한 신고 내용이 동시에 공유되고 있었다.

다른 모니터에는 출동 중인 소방차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됐고, 신고자들이 보내온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거나 현장 대원들이 작성한 상황보고서 등을 열람하는 모니터도 있었다.

박 통제관은 "현장 대원들은 (재난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통제관들이 신고 초기에 모든 상황을 통합해 파악하고 대응 우선순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5일 오전 10시 50분께 군산의 한 신재생에너지회사에서 발생한 암모니아 누출 사고를 예로 들었다.

박 통제관은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군산시와 화학물질안전원·화학구조대 등과 신속하고 긴밀히 연락하느라 숨 돌릴 틈 없는 오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누출된 물질의 종류와 그 물질의 방제 작업 방법과 위험성 등을 빠르게 파악해 현장 대원에게 전파한다"며 "그래야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착용할 방화복의 등급이나 진입할 건물 입구 등을 결정하고 방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해당 사고는 암모니아 누출량이 소량이고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며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고 초기 박 통제관이 실시간으로 관련 기관들과 주고받던 메시지는 화학구조대원이 '건물 입구 (암모니아) 불검출', '조치 완료' 등의 문자메시지를 나눈 뒤에야 뜸해졌다.

박 통제관은 이런 119종합상황실에 대해 "119상황실은 전화만 받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재난의 첫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현장과 함께 뛰고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119종합상황실로 허위나 모호한 신고가 들어올 때도 있다.

논밭을 태우면서 나는 검은 연기를 화재로 오인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전에서 익산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는 중인데 불이 난 것 같다'는 식의 신고가 들어올 때가 있다"며 "신고 내용이 명확하지 않으니 위성항법시스템(GPS값)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해 주변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런 전화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신고가 큰 도움이 된다"며 "시민들 덕분에 빠르게 출동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신고를 독려했다.

특히 요즘은 신고자가 문자나 영상도 함께 전달하면서 초기 상황을 파악하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박 상황통제관은 "신고자가 우선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신고 내용을 침착하게 말하면 수보 요원들이 대응하기 쉽다"며 "갑작스러운 재난이나 사고를 대비해 평소 주변의 안전시설 위치나 대피 요령을 점검해 서로의 안전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war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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