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이러한 억지춘향이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1을 읽는 독자는 헷갈린다. 00일이 열공이가 공부할 날인지 밝힌 날인지. 열공이 소식을 정론직필한다는 글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공부할 날이 00일이고 밝힌 날이 **일이라면 '열공이는 00일 시험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일 밝혔다'로 쓰자. 수식어(꾸며주는 말)는 피수식어(꾸밈을 받는 말) 바로 앞에 놓는다는 글쓰기 조언을 따른다면, 애초 1에서 열공이가 공부할 날은 00일로 보는 게 옳다. 열공이가 그 계획을 밝혔다는 날이 없는 것이 혼선을 일으킨 이유다.
1이 준 힌트에 힘입어 2의 문제점이 단박에 눈에 들어온다. '확실히'는 확실히 잘못 놓였다. 부사어 확실히의 제 자리를 찾아주자. 반복한다. 수식어는 피수식어 바로 앞에 놓는다. '우리는 우물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3 같은 모양을 한 문장이 흔하다. 수식어와 피수식어 사이에 '-의' 어구가 배치된 형태 말이다. 그러한 정부의 태도, 그런 당국의 의견, 이러한 조직의 자세, 이런 국가대표의 정신력 ……. 3에서도 먼저 따질 것은 뻔하지 않은가. '이러한'이 꾸며주려는 말이 뭔지다. 그게 억지춘향이라면 오류 없는 문장이다. 주장이라면 잘못이지만.
[이러한]은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이와 같다는 뜻의 형용사 '이러하다'의 관형사형이다. 각각 이런, 이렇다로 줄일 수 있다. 앞에 억지춘향이와 관련된 상태, 모양, 성질 따위의 맥락이 분명하게 있다면 그것과 연결하여 '이러한 억지춘향이'로 쓰는 게 나을 수 있다. <억지춘향이는 거짓말을 잘한다. 이러한 억지춘향이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하는 식이다. 이러한은 거짓말을 잘한다는 억지춘향이의 특징을 대신하는 말 아닌가. 그러나 다른 많은 경우 그러한 태도, 그런 의견, 이러한 자세, 이런 정신력으로 쓰는 게 자연스럽다. 뒤집어 반복한다. 수식어가 피수식어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것이 꾸미는 말이 뭔지 찾기 어려워진다. 수식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 그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1.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필수 교과 글쓰기 교과 교재편찬위원회, 『성찰과 표현』, 경희대 출판문화원, 2019, p. 57. '수식어는 피수식어 바로 앞에 놓는다'
2. 표준국어대사전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