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호주 의원, 의회서 이슬람 복장 '부르카' 착용 논란

기사입력 2025-11-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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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서 얼굴 가리는 복장 금지' 법안 추진 위해 돌발행동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극우 성향의 호주 연방 상원의원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 의회에서 이슬람 복장인 '부르카(burka)'를 입었다가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극우 정당 '원 네이션' 소속 폴린 핸슨 상원의원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이슬람 복장을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전날 의회에 제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상원의원들이 법안 제출을 막자 몇 분 뒤 부르카를 뒤집어썼다.

부르카는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복장으로, 눈 부분에는 그물이 달려 있어 앞을 볼 수 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여성이 자신과 관련 없는 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름다움이나 장식품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핸슨 의원의 돌발 행동을 본 동료 상원의원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호주 녹색당 상원 원내대표인 라리사 워터스 의원은 "(핸슨 의원의 행동은) 신앙인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행위"라며 "이는 극도로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정부 대표를 맡고 있는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도 "우리는 각 주에서 모든 신앙과 모든 배경을 가진 국민을 대표한다"며 "품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핸슨 의원은 끝내 부르카를 벗지 않았고 상원 회의는 결국 중단됐다.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제안한 법안을 거부한 상원에 항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핸슨 의원은 "의회가 (이슬람 복장 착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여성을 학대하는 부르카를 (앞으로도) 의회에서 착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의회에서 부르카를 써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핸슨 의원은 2017년에도 정부 건물이나 신분 확인이 필요한 장소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못 입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회에서 20분가량 부르카를 써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그는 "(얼굴을 덮는) 복면이나 헬멧을 쓴 사람이 은행이나 법원에 있다면 이를 벗겨야 한다"며 부르카 착용이 안보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2011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덴마크 등이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전면이나 일부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이슬람 문화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을 제한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 같은 법에 반대하는 이슬람 국가나 무슬림 단체는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스스로 부르카를 입는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son@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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