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쇠락한 농촌 마을이 맛집 입소문 '핫플'로 변신

기사입력 2025-11-30 08:29

[촬영 정종호]
[창녕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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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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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국민 동요 '산토끼'가 만들어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안리.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이방면 이방보통학교(현 이방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이일래(1903∼1979) 선생이 학교 뒷산에서 산토끼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이 동요를 만든 사실이 전해지는 곳이다.

창녕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방초등학교 뒷산에 토끼와 관련한 각종 체험시설이 있는 '산토끼 노래동산'을 2013년 조성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 발걸음이 이 동산에 이어졌지만, 주변은 쇠락한 농촌 마을뿐이어서 방문객 유치 연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국민 동요 발상지'라는 명성이 바랬다.

산토끼 노래동산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안리 내동마을은 쇠락 정도가 특히 심각했다.

300년 역사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마을임에도 31가구, 40명 남짓한 주민들만 남았다.

마을 입구 주변 주택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수두룩했다.

방문객이 산토끼 노래동산에 와도 마땅한 식당조차 없어 식사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창녕군은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하지만 빈집 재생과 관련한 경험도, 전문 인력도 없었던 군은 결국 외부 전문 기업과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의미있는 사업 취지에 공감한 국내 한 기업이 별도 비용을 받지 않고 군의 요청을 수락해 이 마을의 변신이 시작됐다.

군은 주민 동의를 거친 뒤 약 20억원을 들여 협업 기업과 내동마을 빈집 4채를 식당으로 리모델링했다.

식당 운영 주체도 청년으로 정한 군은 심사를 거쳐 농촌 마을에서 창업할 젊은이를 뽑았다.

협업한 기업은 메뉴 개발과 식당 운영 노하우 등을 이들 젊은이에게 가르쳤다.

이후 '산토끼밥상'이란 이름의 외식 공간이 지난 4월 개장했다.

총면적 1천427㎡의 외식 공간에는 함박스테이크와 중국 음식, 돈가스, 우동 등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 4곳이 들어섰다.

정겨운 시골 분위기 속에서 야외 식사를 할 수 있고, 주변에 산토끼 노래동산과 우포늪 관광지구 등 명소가 있어 산토끼밥상은 금세 '핫플'이 됐다.

개장 6개월 만인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방문객은 6만5천700여명을 기록했다.

약 5만5천명인 군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산토끼밥상을 다녀간 셈이다.

산토끼밥상을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남편, 두 아이와 산토끼밥상을 찾은 박선희(41·부산 거주) 씨는 "시골에 놀러 오면 아이들 밥 먹을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여기는 아이들도 선호하는 메뉴가 많다"며 "옛날 집을 접하기 힘든 요즘, 식당이 한옥에다가 마당 평상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구조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창녕으로 출장왔다가 점심시간에 산토끼밥상을 찾은 회사원 정호준(40) 씨도 중국 음식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정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보고 시간을 내 방문했다"며 "분위기도 좋은데 음식도 싸고, 맛있어 지인들과 함께 오고 싶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마을이 활기를 띠자 주민도 반가움을 표시했다.

80대 주민은 "이 마을은 원래 노인만 있던 곳이었는데 최근 젊은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마을이 번성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청년 창업자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서울에서 13년 동안 회사원으로 일하다 고향인 이곳에서 식당을 개업한 박현준(36) 씨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지역에 활력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고, 주민들과도 친근하게 지내는 등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군은 농촌 재생과 공동체 상생을 위해 산토끼밥상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식당과 카페를 추가로 조성하고, 쉼터와 둘레길 등 편의시설도 마련한다.

최근에는 동절기 야외공간에서 식사하는 방문객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방풍막과 난로 등을 설치했다.

앞서 창녕군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남지역본부와 산토끼밥상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방문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jjh23@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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