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오규진 기자 = 절대다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에 가려 보이지 않던 조국혁신당이 연말 입법 대치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과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우려와 대안을 제대로 숙의하고 수렴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 5당 원내대표단 회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제한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대해 여러 우려와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국 대표는 페이스북에 "위헌 소지를 없애고 (내란재판부를) 2심부터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적었다.
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전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허위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퇴장하기도 했다.
혁신당은 민주당 법안 대신 허위조작정보 규정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은 12석에 불과한 소수 정당인 혁신당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일각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로 당색(黨色) 구분이 분명치 않던 범여권 소수정당이 주목도 높은 입법 현안을 두고 동지적 관계인 거대 여당과 차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사법개혁 입법에 맞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맞불을 예고함에 따라 필리버스터 종결의 키를 쥐고 있는 혁신당의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298명) 5분의 3(179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166석인 민주당은 단독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없다.
혁신당이 이처럼 존재감을 키우는 배경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하며 제3정당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의 입장에서 내년 지선은 독자 세력화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혁신당은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내란 공세'를 이어가며 진보층 공략에 나섰다.
혁신당은 이날 국민의힘에 사과 상자를 보내며 '내란 사과, 극우 절연 용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방문했을 때 보여준 환대에 대해 감사의 뜻을 담아 사과를 보낸 것이라고 혁신당은 밝혔다.
혁신당의 '뜻밖의' 행보에 직면한 민주당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내란재판부 설치법은 숙의 과정을 거쳐 오는 20일 이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은 당분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혁신당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진보 진영 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의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전선을 2개 이상으로 넓히는 것은 좋지 않다"며 혁신당과 시민사회 등이 반대하는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방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pc@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