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볼지도] 바닷물 온도 오르자 귀해진 태화강 회귀 연어

기사입력 2025-12-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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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왔다. 남구 삼호교 아래 태화강에서 연어가 헤엄치고 있다. 2010.10.28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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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0일 오후 울산시 중구 태화강 신삼호교 아래에서 열린 어린 연어 방류 행사에서 한 시민이 연어를 태화강에 놓아주고 있다. 2015.3.10 yongtae@yna.co.kr


[※ 편집자 주 = 기후 온난화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농산물과 수산물 지도가 변하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수욕장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역대급 장마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기도 합니다. '꽃 없는 꽃 축제', '얼음 없는 얼음 축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겨납니다. 이대로면 지금은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져 못 볼지도 모릅니다. 연합뉴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격변의 현장을 최일선에서 살펴보고, 극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송고합니다.]

"태화강 생태 복원의 상징인데, 회귀 연어가 해마다 줄어드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연어가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울산의 젖줄'로 불리는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연어가 10년 사이 급감했다. 한때 1천800마리를 훌쩍 넘었으나 최근에는 두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학계에선 연어가 줄어든 이유를 여러 가지로 추측하고 있으나,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 태화강 회귀 연어, 10년 새 최대 98% 줄어

13일 태화강 연어를 포획·방류하는 울주군 태화강생태관에 따르면 울산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취를 감췄던 연어가 다시 태화강에서 관찰된 것은 2003년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수질 개선 의지를 다지고, 동시에 환경 정화 노력으로 태화강이 되살아난 것을 증명하고자 경북민물고기연구센터로부터 어린 연어를 무상으로 받아 2000년 2월 처음으로 4만 마리를 방류했는데 3년 뒤 5마리가 돌아온 것이다.

첫 방류 당시만 해도 '태화강 수질이 연어가 산란하기에 아직 충분히 깨끗하지 않다'며 전시행정이라는 비판까지 있었으나 3∼5년 후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대로 연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태화강 생태 복원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회귀 연어 수가 15마리로 늘어났고, 이후 매년 수십마리씩 연어가 목격됐다.

울산시가 2000년 이후 매년 진행한 방류 사업이 효과를 보면서 2009년에는 614마리까지 회귀 연어가 늘었다. 2010년 716마리, 2011년 271마리, 2012년 592마리 등으로 꾸준히 세자릿수를 유지했다.

특히, 2013년 들어서는 1천788마리, 2014년 1천827마리로 2천 마리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 이후 회귀 연어 숫자는 감소하는 흐름이다. 2015년 587마리, 2016년 123마리, 2017년 143마리, 2018년 269마리, 2019년 162마리로 줄었다.

2020년에 885마리로 반짝 늘었으나 2021년 136마리, 2022년 173마리로 다시 감소했다.

2023년에는 45마리로 결국 두 자릿수까지 내려가더니, 지난해에는 37마리를 기록했다. 회귀 연어 수가 최대이던 2014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98%가 감소한 것이다.

◇ 울산 앞바다 표층 수온 올라…태풍 영향도 거론

전문가들은 회귀 연어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을 수온으로 본다. 수온이 적정 기준보다 높아 냉수성 어류인 연어가 돌아오는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어는 2023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생태계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태화강에서 방류된 어린 연어는 차가운 알래스카까지 북태평양 전체를 돌아 2만㎞를 거쳐 다시 겨울철 태화강으로 돌아온다. 보통 이 기간이 3∼5년 정도 걸린다.

회귀할 때는 주로 10월 말에서 11월 말 바닷물 표층을 따라 움직이다가 태화강 하류로 들어오는데, 표층 수온이 15도 이하일 때 주로 강 쪽으로 진입해 거슬러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울산 앞바다 표층 수온이 15도보다 점점 오른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제공하는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에 따르면 울산 간절곶 앞바다의 11월 평균 표층 수온은 2021년 17.1도에서 지난해 18.7도로 1.6도 높아졌다. 같은 기간 표층 최저 수온도 14.3도에서 15.3도로 상승했다.

울산 진하 앞바다 11월 평균 표층 수온은 2021년 17.3도에서 지난해 19.5도로, 최저 수온은 14.7도에서 16.8도로 각각 2도 이상 올랐다.

강물 수온도 마찬가지다. 태화강생태관이 태화강 상류에 설치한 연어 포획장(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에서 측정한 11월 평균 수온은 2023년 16.06도, 지난해 11월 16.38도로 1년 새 0.32도가 올랐다.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동해생명자원센터 오세현 연구원은 "누적된 데이터로 볼 때 수온 변화가 연어 회귀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특히, 태화강은 한반도에서 위도가 낮은 지역이기 때문에 온난화에 따른 수온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으로 인한 하천 지형 변화도 연어 회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언급된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10월 울산에 큰 피해를 준 태풍 '차바'다. 당시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태화강이 범람했다. 특히, 태풍 상륙 시기는 연어 회귀 직전이었고, 그해 회귀 연어는 전년보다 79%나 감소했다.

울산에 이례적으로 별다른 태풍 영향이 없었고, 가을이 일찍 찾아온 올해는 태화강 회귀 연어 수가 118마리로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 방류 연어도 감소…태화강 주변 하천에 포획장 추가 설치 검토

회귀 연어 수가 해마다 줄어는 드는 흐름을 보이면서 태화강생태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악순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돌아오는 연어가 줄어들수록 방류할 수 있는 어린 연어도 감소하고, 방류 연어가 줄어들면 다시 회귀 연어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태화강생태관은 회귀 연어를 포획해 알을 채취한 후 인공 부화시켜 이듬해 봄에 다시 방류하는데, 방류 연어 수는 2021년 70만 마리, 2022년 53만 마리, 2023년 56만 마리, 지난해 46만5천 마리, 올해 44만 마리다.

태화강생태관은 회귀 연어 포획량을 늘리고자 태화강 인근 하천을 모니터링하면서 포획장 추가 설치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화강생태관 관계자는 "기후 위기라는 자연의 변화 앞에 한계를 느끼지만 회귀 연어 개체 수를 늘리고자 강원도 양양에서 치어를 받아 태화강에서 방류하고, 어린 연어의 이석 무늬(귓속뼈 문양)를 이용해 회귀 주기와 경로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canto@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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