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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대폭 가림처리 등 비판하며 "정작 피해자 모습은 안 가려줘"
자료 공개 지연과 선별적 공개의 목적이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이는 가운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측과 엡스타인 피해자 단체가 지연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연방상원 원내대표는 22일(현지시간) 법무부의 법 위반을 문제 삼아 상원이 소송을 내거나 다른 소송에 합세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법무부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의 필요성을 동료 상원의원들에게 강조하면서 "투명성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파일 중 극히 일부만 공개했으며 그나마도 대폭 가림 처리를 했다"며 "이는 노골적인 은폐"라고 비판했다.
이번 결의안 제출은 현재 상태로서는 압박을 위한 상징적 조치일 뿐, 실제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상원은 1월 5일까지 휴회인 데다가 공화당 측 지지가 없는 한 의회가 이 결의안을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도 법무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 내 소신파로 알려진 토머스 매시(켄터키) 연방하원의원은 22일 X 게시물에서 "법무부는 부유하고 권력 있고 정치적 연줄이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을 그만둬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매시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 성향이 뚜렷한 로 칸나(캘리포니아) 연방하원의원과 힘을 합해 엡스타인 대상 수사들을 둘러싼 문서들을 공개토록 하기 위해 동료 의원들을 규합하고 있다.
두 의원은 21일 MS 나우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다음 달에 본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의회모독 혐의 고발안을 연방하원에 제출할 것이라며, "30일 유예 기간" 후에도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루 최대 5천 달러(739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공보담당자 앙헬 우레냐는 22일 입장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빌 클린턴을 언급하거나 그의 사진이 포함된 남은 자료가 있다면 즉시 공개하도록 지시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법무부가 공개한 내용과 그 방식을 보면 한 가지 점은 분명하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보호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누구인지, 무엇인지, 왜 그런지는 우리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는 이 점은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으로부터 학대당한 피해자들의 모임이라고 밝힌 한 단체는 22일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된 자료는 "전체 파일들 중 작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아무런 설명 없이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으로 가림 처리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작 일부 피해자 신원은 가림 처리가 되지 않았다며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피해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파일 일부 공개 사흘만인 22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이 거둔 엄청난 성공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빌 클린턴을 좋아한다. 나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로) 그의 사진이 나오는 게 싫다. 내 사진도 있다. 모든 사람이 그 사람(엡스타인)과 친했다"며 엡스타인과 사진을 함께 찍었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의 평판이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파일 공개 지연 논란과 선별적 공개 의혹이 제기된 후 이에 대해 공개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 수사 관련 연방정부 문서 전체의 공개를 이달 19일까지 완료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공포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이 법 공포 후 30일 이내에 자료 공개를 완료토록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한 마지막 날인 이달 19일에 법무부는 일부 문서만 공개하면서 앞으로 몇 주에 걸쳐 나머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법에 따른 공개 시한을 위반한 것이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명시적 처벌 조항은 없다.
게다가 법무부는 19일 공개했던 자료 중 트럼프 대통령이 찍힌 사진을 포함해 16건을 다음날인 20일 설명 없이 슬그머니 삭제해버렸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21일 NBC 뉴스에 출연해 "(삭제 조치된) 사진을 보면 여성들의 모습이 있다. 그 사진을 공개한 뒤 그 여성들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그 사진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무부는 삭제했던 사진들을 21일에 다시 공개했다.
AP통신은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며 연방수사국(FBI)의 피해자 인터뷰나 기소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내부 메모 등 가장 기대를 모았던 기록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작위가 삭탈된 영국의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예전 호칭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 등 엡스타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상당수 유력 인사들이 언급된 자료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limhwasop@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