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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제임스 A. 로빈슨 "AI 전환 시대, 정부 역할 중요"
시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어 3년간의 종합 성과를 발표하고 경제·복지 전문가들과 소득보장 제도의 방향을 논의했다.
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서울시의 소득 보장 실험으로, 올해 6월 시범사업이 마무리됐다.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성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년차 대비 3년차의 수급가구 탈수급률은 1.1%포인트 높아졌고, 수급가구 중 근로소득이 증가한 가구의 비율도 2.8%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필수재 소비 지출이 늘고 영양 상태도 1.3% 개선됐다.
수급 가구주의 평균 노동 공급은 10.4%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는 교육과 돌봄, 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노동 공급은 줄지 않았다.
특히 소득이 기준중위값의 30% 이하인 저소득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디딤돌소득으로 전환한 이후 가구 소득과 보장 탈피율이 꾸준히 개선돼 근로유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시장은 환영사에서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를 언급하며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선 기본소득이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한 불안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현금'으로 덮는 것이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포기한 '무차별적 복지'"라며 "현상을 모면하기 위한 이런 단기 처방은 결국 폭증하는 빚이 되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디딤돌소득은 무차별적으로 재원을 뿌리는 제도가 아니다. 어려운 이웃에겐 더 두텁게 지원하되 다시 일어서고 도전하는 '성장의 개회'를 만드는 미래지향적인 소득보장 모델"이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선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포용적 제도,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주제로 강연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단순한 복지나 사회보험의 확장을 넘어 자산 배분과 사회적 이동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의 디딤돌소득이 현대 사회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출생인 로빈슨 교수는 "영국에선 지자체에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성공을 거두면 전국 단위로 확산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대담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AI 고도화 시대 고용 없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로빈슨 교수와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질문하고 제언을 들었다.
로빈슨 교수는 "1970∼80년대 한국에 다양한 경제적 변혁이 있었는데, 사회가 달라진 경제 환경에 잘 적응했던 것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서 풍부한 인적 자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AI가 보편화되는 과정에 사람들이 유연성을 갖게 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한국은 AI의 디지털 전환 속도에 비해 복지나 제도가 뒤처져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 세대는 정규직보다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실현할 수 있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변화에 맞춰 고용 복지를 설계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고 짚었다.
세션은 총 3개로 구성돼 첫 세션에선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디딤돌소득 3년차의 성과를 평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두 번째 세션에선 디딤돌소득 제도의 실행력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심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세 번째 세션은 미래의 소득보장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jaeh@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