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24/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니까."
KIA 타이거즈는 올겨울 FA 시장에서 딱 한번 큰돈을 썼다. 지난 4일 좌완 투수 양현종과 계약 기간 2+1년, 총액 4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겨우내 "오버 페이는 없다"는 기조 아래 주전 유격수 박찬호(두산 베어스), 4번타자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등 핵심 전력들을 줄줄이 놓쳤지만, 양현종만큼은 특급 대우를 확실히 해줬다.
사실 올해 양현종은 과거의 양현종이 아니었다. 평균자책점 5.06에 그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에이스' 양현종의 시간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한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양현종이었다. 30경기에 등판해 153이닝을 던졌다. KIA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웠다. 리그 최초 11시즌 연속 150이닝 투구 금자탑을 쌓았고, 통산 3000이닝(역대 2번째) 도전을 이어 가게 됐다. 양현종은 통산 2656⅔이닝을 기록하고 있다.
심재학 KIA 단장은 계약 당시 "그만한(45억원) 가치가 있는 선수니까. 앞으로 던질 선수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양현종이 걸어온 길에 대한 구단의 생각이 금액에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KIA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매우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 가다가 양현종에게는 후한 협상을 해줬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최형우가 삼성과 2년 26억원에 계약하고 떠난 직후라 더 그랬다.
2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투구를 마친 양현종이 땀을 닦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24/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선발 투구를 준비하고 있는 KIA 이의리.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28/
심 단장은 "(양)현종이가 갖고 있는 원클럽맨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책정해서 계약에 임해야 할지 구단이 생각이 제일 많았던 것 같고, 그래서 오랜 시간 고민을 했던 것 같다"며 구단이 고심해 책정한 금액인 점을 강조했다.
KIA에 아직은 양현종을 대신할 이닝이터가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우완 김도현이 125⅓이닝을 던졌지만, 막바지에 팔꿈치 미세 피로골절 증상이 나타나 일찍 시즌을 접었다. 내년 개막 합류를 확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현종과 김도현을 제외하면 100이닝 이상 던진 선발투수가 없었다. 좌완 윤영철이 올해 50이닝을 던졌으나 토미존 수술을 받고 내년에도 안식년을 보내기로 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토미존 수술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의리가 풀타임을 뛸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의리와 김태형, 황동하, 이도현 등이 내년 선발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양현종은 후배들이 더 성장하고, 완벽한 차기 에이스감이 나타날 때까지는 국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KIA의 더딘 에이스 육성과 기대주들의 줄부상이 양현종의 45억원 계약으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양현종 개인적으로는 명예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4.10에 이어 올해는 평균자책점이 5점대까지 치솟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평균자책점은 3점대까지는 낮추기 위한 노력을 겨우내 할 것으로 보인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200이닝을 던지던 에이스 시절의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후배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 줄 정도만 버텨줘도 KIA는 성공적인 투자로 받아들일 듯하다.
2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투구 전 몸을 풀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