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丙午年)을 맞이하여 국내 유통업계는 붉은 말의 해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상품 패키지부터 각종 판촉물, 쇼핑몰 장식까지 말을 등장시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과자와 빵, 주류,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펼쳐진 말 이미지 덕분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붉은 말이 주는 좋은 기운을 어렵지 않게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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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왕관에 달린 떨잠 같은 모양의 말띠꾸미개가 시선을 끈다. 말띠꾸미개(雲珠)는 말의 몸에 드리우는 여러 개의 끈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고정하면서 동시에 꾸미는 마구이다. 말이 지나갈 때 수십 개의 떨잠이 얼마나 눈부시게 반짝이고, 그 말 위에 타고 있는 인물은 또 얼마나 고귀해 보였을지 짐작이 간다.
말의 가슴에 달아 소리로 귀신을 쫓고, 도난이나 충돌 사고를 예방하고, 역시 화려한 장식의 기능까지 했던 말방울도 말 탄 사람의 신분을 드러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무관의 관직에 따라 금, 은, 동, 철 등의 재질이 다른 방울을 사용해 병사를 지휘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말방울은 청동이나 금동으로 제작되었는데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는 통일신라시대 지름 10㎝ 가량의 크고 아름다운 순은방울 한 쌍이 전시되어 있어 화려한 고대 마구의 극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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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등에 얹어 방석처럼 쿠션 역할을 하는 안장도 삼국시대 것은 이 이상 화려할 수가 없다. 앉는 부분인 좌목은 나무라 썩어 없어졌지만 금속으로 만든 앞가리개와 뒷가리개는 남아 있는데 얇은 금동판 두 겹을 용문이나 당초문으로 파내고 그 사이에 비단벌레 날개를 펴넣어 옥색이 비치게 만든 것도 있다. 무덤 주인이 멋지게 차린 말을 타고 저승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이처럼 소수에게 허락된 말갖춤의 유행은 천 년을 넘게 이어오다가 15세기에 들어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의 개국으로 생활 전반에서 사치를 금하고 검소와 절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의식주가 그러했으니 말갖춤도 당연히 소박하고 실용적인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다.
금은동을 사용한 안장은 찾아보기 어렵고 비교적 귀한 재료가 앞뒤 가리개에 덧댄 상어가죽(沙魚皮)이었다.
최근에 유행한다는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 제품들처럼 무늬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아마 사용자들끼리는 알아보았을 것이다. 이마저도 고위직인 정삼품 당상관 이상만 사용할 수 있게 한 규정이 '경국대전'에 명시되어 있었으니 얼마나 강력하게 말갖춤 장식을 제한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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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麒麟)은 말의 몸에 날개가 있고, 입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뿜어낸다는 상상의 동물로 조선 단종 이래로 제왕의 적자를 상징하여 대군의 흉배와 관대 등에 사용했다고 전한다. 기린문에 금분을 입혔으나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조선에서 이어지는 미감을 보여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