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2030 사로잡은 '화장품 방판'의 변신

기사입력 2026-01-3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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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방판의 세계를 아는가? 화장품 사면 샘플을 폭탄 터진 것 마냥 서비스로 주시는 그것"(di***)

"방판 스레드가 계속 보이길래 홀린 듯이 사 봄"(ji***)

29일 스레드에 '화장품 방판'을 검색하니 나온 댓글들이다.

해시태그 '#방판후기'에는 거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깔린 수백 개의 화장품 샘플, 이른바 '샘플 떼샷'도 펼쳐진다.

'방판'(방문판매)은 판매원이 집집마다 방문하며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유통 방식이다. 화장품, 백과사전, 냄배세트, 전기장판 등 다양한 제품이 이러한 방판을 통해 판매됐는데, 1970~90년대 시대상을 그린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TV 홈쇼핑·온라인쇼핑 성장과 함께 설 자리를 잃었던 방판이 화장품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로 부활하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데, 샘플 물량공세와 '1:1 맞춤 상담'을 무기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는 화장품을 파는 '아모레 아가씨'가 방문하자 동네 아주머니들이 안방에 모여 앉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아주머니들은 나란히 드러누워 '아모레 아가씨'로부터 얼굴 피부 관리 서비스를 받으면서 "오늘은 샘플을 많이 줄 거냐"고 물어본다.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2024)는 아예 1990년대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이 주인공이다. 품목은 성인용품.

사라졌던 방판은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판으로 화장품 분야에서 다시 생명을 얻고 있다. 비대면 판매의 활성화로 설 자리를 잃었는데 돌고돌아 온라인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를 공략하게 된 것이다.

'방판 아줌마'라는 호칭은 '카운셀러(셀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카운셀러들은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에서 '#샘플폭탄', '#방판후기' 등의 해시태그로 호객하고, 카카오톡 1:1 상담을 통해 고객의 피부 고민에 딱 맞는 '맞춤형 샘플'을 구성해 제안한다.

반대로 네이버 카페 '방판매니아' 등에서는 구매자가 원하는 제품과 지역을 올리면 전국 각지의 셀러들이 역으로 연락을 취하는 '역경매' 방식의 거래까지 이뤄진다.

"셀러 정보 좀 공유해달라"는 댓글은 수십 개씩 달린다.

셀러들은 압도적인 양의 샘플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난해 11월 자신을 아모레 카운셀러라고 밝힌 스레드 이용자 'y***'는 "샘플을 굉장히 많이 장전해놨다. 요새 백화점 가도 샘플 몇 개 안 나오는데 나는 엄청 많이 준다"며 "카드 할부, 무료 배송, 포인트 적립에 피부 상담까지 가능하니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달라"는 글을 올렸다.

방판은 정가 판매가 원칙이다. 온라인 몰이나 화장품 편집숍에서 수시로 뿌리는 할인 쿠폰이 없다. 그럼에도 젊은 층이 열광하는 것은 할인의 폭보다 샘플의 양이 주는 체감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셀러 'p***'는 스레드에 본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인 샘플 사진과 함께 "할인 하나도 안 되는 정가지만 샘플 양을 따져보면 사실상 방판이 이득이다. 어쭙잖은 백화점 적립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안방에서 얼굴 보며 나누던 수다는 스마트폰 화면 속 DM으로 대체됐지만 '밀착 관리'는 여전한 강점이다. 특히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취향에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최모(32) 씨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민하다 SNS에서 방판을 접했다"며 "DM으로 상담했는데, 보자기로 고급스럽게 선물 포장까지 해서 보내준다는 말에 결제했다. 어머니 연령대를 말하니 그에 맞는 안티에이징 샘플 위주로 챙겨주겠다며 꼼꼼히 신경 써주더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백화점 1층 매장은 왠지 주눅 들고, 화장품 편집숍은 직원이 따라붙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카톡으로 편하게 상담할 수 있어 좋았다"며 "부모님 선물을 샀는데 같이 온 샘플은 전부 내 피부 타입에 맞는 20대용 라인으로 맞춰주는 센스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또 백모(36) 씨는 "2022년부터 방판에 빠져 지금까지 약 2천만 원어치의 화장품을 구매했다"며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셀러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킨케어에 막 관심이 생겼을 때 하나하나 다 사기엔 부담이 컸는데, 방판을 통하면 수많은 제품을 미리 써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며 "원하는 샘플 구성을 제시하면 셀러들이 채팅이나 쪽지로 '샘플 입찰'을 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써보고 싶은 사람에겐 할인보다 '가득 쌓인 샘플'이 주는 만족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며 "무엇보다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1:1 상담을 통해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과거의 방판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으로 관심을 받는다.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카운셀러는 1만8천930명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 수원중앙점에서 근무하는 11년차 카운셀러 김모(39) 씨는 "퇴사 후 일을 알아보던 중 온라인 홍보가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고 방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홍보부터 상담까지 SNS로 하고 비대면 택배로 발송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구매 고객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특히 2030 세대가 방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화장품 방판 재유행에 대해, 정보 과잉 환경 속에서의 불신과 가성비 추구 심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정보가 모두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실제로 써볼 수 있는 샘플을 많이 제공받는 방식이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소비자들은 일회성 구매보다, 자신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충족해주고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셀러와의 개인적 연결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방판 이용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jik@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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