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기사입력 2026-03-04 17:25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세련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산이다. 우아함 속 정교한 금속세공술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사진제공=지엔씨21

언제부터인가 타임슬립(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나간 시간, 낯선 공간 등 경험하지 못했던 건 늘 새롭다. 어쩌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이야 여행자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여행일지 모른다. 부여와 공주에서 펼쳐지는 백제의 시간. 수천년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찬란하게 빛난다. 아니,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은 오히려 그 곳을 더욱 백제스럽게 만든다. 백제의 시간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국립부여박물관은 백제의 문화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6만1429㎡의 면적에 4개의 전시실과 야외 유물전시장에서 약 10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시작! '국립부여박물관'

백제의 시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작점은 국립부여박물관이다. 수 많은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품고 있고, 꼼꼼한 곁들여진 설명은 찰나에 주변의 모든 풍경을 바꾸는 힘이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1929년 재단법인 '부여 고적 보존회'가 발족, 백제의 문화재와 유물을 모아 부소산 남쪽에 자리한 조선시대 관아의 객사에 전시하게 된 것이 시작이다. 1939년부터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부여 분관'으로 유지해오다가 1970년 부소산 남쪽 기슭에 새 박물관을 지어 부여지역을 비롯해 백제권에 흩어진 백제문화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했다. 1993년 8월 6일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모습으로 개관한 국립 부여 박물관은 6만1429㎡의 면적에 4개의 전시실과 야외 유물전시장에서 약 10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는 부여 지방을 중심으로 충남지역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유물을 비롯해 백제 이전의 유물도 함께 볼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건물 설계 당시 한국의 전통양식을 도입하여 8각형의 중정을 중심에 두고 상설전시실인 선사실·역사실·불교미술실과 야외전시실을 배치했다. 선사실에는 부여 지방을 중심으로 충남지역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유물들을, 역사실에는 사비시대의 백제 유물과 삼국시대 유물들을 전시했다. 불교미술실에는 사비시대 백제의 불교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야외전시실에는 불상과 석탑 등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난 해 12월 23일 국립부여박물관은 백제문화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보 백제대향로 단 한 점을 위한 전시관을 개관했다.

1993년 12월 12일,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는 용과 봉황, 신선과 동물,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연주자 등으로 이루어진 독창적인 조형으로 백제인의 세계관과 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국보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향로의 예술적·사상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5년 간의 준비 끝에 전용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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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여박물관은 지난해 12월 백제문화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보 백제대향로 단 한 점을 위한 전시관인 백제대향로관을 개관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백제대향로관은 지상 3층 규모의 건물로 조성됐으며, 건물의 층위와 공간 구성에는 백제금동대향로의 조형 구조가 반영됐다. 1층은 기존 상설전시실과 연결된 공간으로 향로 하부의 수중세계를 모티프로 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전시실 입장은 수중세계의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동선을 에스컬레이터로 구현해 1층과 3층 전시실을 연결했다. 3층은 향로 상부의 산악·천상 세계를 표현한 전시 공간이다. 어두운 조도의 감상 공간 '백제금동대향로실'과 밝은 조도의 정보·휴게 공간 '향·음(香·音)', '향·유(香·遊)'로 나뉜다.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정림사지는 부여의 중심부에 위치한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절터다. 정림사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시대 고유의 석탑인 5층석탑은 목탑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지엔씨21
현장감 '부여 정림사지, 공주 공산성'

부여박물관에서 백제의 시간을 느꼈다면, 직접 눈으로 볼 차례다. 삼국시대(4세기 이후부터 통일신라 전)에 백제는 고구려와 신라와 비교해 세련된 문화(미술·공예·생활기술)를 지녔던 것으로 평가된다. 고구려의 웅장함, 신라의 화려함과 달리 우아함을 바탕으로 섬세함을 강조했다. 백제의 우아하고 섬세한 문화를 직접 보기 위해선 정림사지를 찾으면 된다. 정림사지는 부여의 중심부에 위치한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절터다. 사비시대 수도의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정림사지는 우뚝 서있는 석탑 표면에 당나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전승 기념의 내용이 새겨져 있다. 정림사지는 백제시대의 전형적인 가람배치를 가지고 있다. 중문, 석탑, 금당, 강당을 남북 일직선으로 배치하고, 승방과 회랑으로 둘러싼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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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 인근의 낙화함은 백마강변에 서 있는 바위 절벽이다. 백제가 망할 때 삼천 궁녀가 이 바위에서 백마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정림사는 사비 도성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당시 매우 중요한 사찰이었으며, 중국을 통해 들어 온 불교문화가 백제 불교문화로 완성되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재 정림사지에는 국보 제9호의 오층석탑과 보물 제108호의 고려시대 석불좌상이 남아 있으며, 사적 제301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정림사지는 강당을 갖춘 백제식 1탑 1금당 양식으로, 이는 백제 사찰의 특징이며 강당을 배치하는 전통은 이후 고려시대까지 이어진다. 정림사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시대 고유의 석탑인 5층석탑은 목탑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석탑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단아하면서도 도도한 백제의 기품을 품고 있다. 정림사지 석탑을 비롯한 백제의 석탑 건축 기술은 이후 신라에 이어져 한국이 석탑의 나라가 되는 교두보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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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은 금강이 흐르는 해발 110m 능선과 계곡을 따라 흙으로 쌓은 포곡형산성이다. 산성을 따라 산책을 하기 좋다. 사진제공=지엔씨21
공주 공산성은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성곽이다. 백제가 웅진에 도읍을 정하던 475년부터 64년간 왕궁이었다. 백제가 고구려의 공격권에서 벗어나 전열을 재정비하고 패색 짙은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역사의 장으로 백제 웅진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곳이다. 성벽은 밖에서 오르지 못하게 쌓고, 남북에 두 개의 문루와 적에게 보이지 않는 출입문을 만들었다. 공산성 옆의 공주 옥녀봉성(충청남도 기념물 제 99호)은 흙으로 쌓은 성으로 공산성의 보조왕성의 역할을 했다.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공주 공산성에 오르면 금강철교가 눈에 들어온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공산성은 금강이 흐르는 해발 110m 능선과 계곡을 따라 흙으로 쌓은 포곡형산성이다. 백제시대에는 웅진성, 고려시대에는 공주산성, 인조가 공주에 머문 뒤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렸다. 공산성은 조선시대 들어 성안에 다양한 시설이 만들어졌으며, 임진왜란 때 승병장 합숙소로, 충청감영으로 사용됐다. 성 안에는 왕궁 터를 비롯한 왕의 연희장소(임류각)와 건물지, 연못, 생활시설 등이 남아 있다. 금서루에 올라 우측 성벽을 따라 가면 구불구불 완만하다가도 때로는 급하게 흐르듯 이어지는데 진남루, 동문루, 연지와 만하루, 공북루 등 조선시대 문루건축을 감상할 수 있다. 공산성의 북쪽 곳곳은 금강과 어우러진 공산성의 비경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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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립공주박물관은 백제 제25대 무령왕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웅진백제실과 충청남도의 역사문화를 주제로 한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을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마무리' 국립공주박물관

백제의 시간 여행의 마무리는 굴립공주박물관을 추천한다. 백제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을 품고 있는 곳으로, 백제하면 떠오르는 무령왕과 조우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1946년 4월 1일 웅진 백제 문화를 중심으로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 전시하기 위해 개관했다. 백제 제25대 무령왕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웅진백제실과 충청남도의 역사문화를 주제로 한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이 상설전시로 열린다.

1971년, 송산리 고분군(현재의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 배수로 공사를 하는 도중에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무덤 중에서 유일하게 무덤 주인을 알 수 있는 무덤이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을 만날 수 있는 웅진백제실에서는 백제를 다시 강한 나라로 부흥시킨 제25대 무령왕과 왕비임을 알려주는 지석을 비롯하여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 진묘수, 백제인의 내세관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받침 있는 은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무령왕릉 내부 바닥과 똑같은 크기의 진열장을 설치하고 널길과 널방에 놓였던 진묘수와 제사용 그릇, 왕과 왕비 목관 등을 원상태로 배치해 마치 관람객이 무령왕릉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공주는 백제의 문화의 중심으로 무령왕의 혼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공산성 앞에는 무령왕 동상이 서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2층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은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충남의 선사, 고대, 중근세 문화를 보여준다. 국립공주박물관에는 충청지역 국립박물관(공주·부여·청주박물관)이 함께 사용하는 권역수장고가 있다. 충청과 한강 이남 경기지역 출토 토기, 도자기, 석기 등을 보관 · 관리하는 곳으로, 새로운 수장시스템을 도입해 최대 150만 점의 문화유산을 보관할 수 있다. 충청권역수장고는 개방성을 높인 관람형 수장고로 특별히 설계된 관람용 다리와 유리벽이 있어 수장고 내부까지 볼 수 있다. 수장고에 보관·관리 중인 대표 문화유산 뿐 아니라 환경관리, 소방, 방재, 보안 등 수장고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설비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부여·공주'로 떠나는 시간여행…백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내부 바닥과 똑같은 크기의 진열장을 설치하고 널길과 널방에 놓였던 진묘수와 제사용 그릇, 왕과 왕비 목관 등을 원상태로 배치해 마치 관람객이 무령왕릉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나는 진묘수'라는 주제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웅진백제 어린이 체험실도 인기다. 어린이체험실은 2024년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발간한 동화책'나는 진묘수! 여기는 어디?'를 바탕으로 한 전시·체험·놀이 공간이다. 웅진백제 문화의 상징인 무령왕릉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제로, 어린이들이 직접 탐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물을 마련했다. 웅진백제 어린이체험실은 보호자나 인솔자를 동반한 어린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은 매 회차당 25명씩 선착순 현장 접수로 이뤄진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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