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지나면 유조선 끊기는데…韓 원유 수급 문제 없나

기사입력 2026-03-19 13:18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서울의 한 주유소.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석유 수급 위기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지난 18일 오후 3시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2026.3.19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국제유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에 폭격을 가하고, 이란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에 반격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2026.3.19 jjaeck9@yna.co.kr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유 수급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봉쇄 장기화 시 수급 불안이 빠르게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비용 문제를 넘어 수급 자체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다행히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확보한 긴급 물량과 비축유 방출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최악의 수급 위기 없이 4월 말까지 버틸 수 있다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오는 24일을 전후해 국내에 입항한다.

이후 당분간은 중동산 원유 수입이 재개되기 어려워 정유사들은 4월 한 달간은 신규 물량 없이 기존 재고로 버텨야 하는 실정이다.

정유사들은 대체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대체 공급선의 경우 단기 계약이어서 기존 중동산 원유에 비해 도입 단가가 비싸고 운송 거리도 길어져 운송비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고민이다.

4월 위기설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UAE에서 확보한 원유 2천400만배럴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풀기로 한 비축유 2천246만배럴은 4월 위기를 넘길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하고 돌아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UAE로부터 1천800만배럴의 원유를 긴급 도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6일 확보한 600만배럴을 포함하면 UAE로부터 원유 총 2천400만배럴을 들여오게 된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한 나프타를 적재한 선박 1척도 UAE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이동 중이다.

강 실장은 "UAE 측이 한국은 원유 공급에서 최우선이라고 분명히 약속해줬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확보된 UAE 물량과 비축유를 합치면 우리 경제가 약 22∼25일가량을 추가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규모"라며 "차량 5부제 실시 등 강력한 수요 관리 대책이 병행된다면 당초 우려와 달리 4월 말까지는 수급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는 약 1억9천만배럴에 달한다. 정부는 208일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IEA가 정한 일평균 순수입량 기준일 뿐이다.

국내 하루 실제 석유 소비량(280만배럴)을 기준으로 하면 1억9천만배럴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68일에 불과하다.

UAE에서 확보한 물량 역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난 곳에 있는 UAE 푸자이라 항구를 통해 원유를 들여온다는 계획이지만 이곳 역시 이란의 공격권 하에 있어 실제 선적 및 국내 입항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급 불안이 눈앞에 닥치자 정부는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아울러 산유국이나 외국 석유회사가 국내에 비축해둔 원유에 대해 우선 구매권 행사를 검토 중이다. IEA와 공조해 풀기로 한 2천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 규모와 시기도 세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와 관련해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수입 가능성을 기업들과 함께 타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시 해제하면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 관리 차원에서는 차량 5부제나 10부제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전국 단위로 민간 차량까지 의무 시행한다면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35년 만이다.

이번 사태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원유 공급망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향후 중동 외 지역에서 다양한 원유를 상시 도입하려면 중질유 중심의 국내 정유사 설비를 전환해야 한다"며 "호주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정유 플랜트 시설에 직접 재정을 지원했듯 우리 정부도 정유사의 설비 전환에 과감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스의 경우에는 원유와 달리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의 '관심' 단계로 유지했다.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Force Majeure) 등으로 국제가격은 급등세지만 현재 국내 저장 재고가 법정 의무 수준을 상회하고 연말까지 대체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가스의 경우 동절기가 지나 수요 비수기로 접어든 만큼 당장의 수급 대란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hangyong@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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