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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으로 헌법재판소의 사건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일 헌재가 이에 대처할 수단인 사전심사 제도 설계의 쟁점을 짚어보는 내부 발표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선다.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회장 정정미 재판관)는 20일 오후 헌재 대강당에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과 사전심사제도'를 주제로 내부 발표회를 진행한다.
행사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김하열 교수가 좌장으로 진행하고, 발제는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진한 변호사가 맡는다. 토론에는 정광현 한양대 로스쿨 교수, 서경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이재강 헌재 헌법연구관이 참여한다. 참여 교수들은 모두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일한 바 있다. 이번 내부 발표회에서는 법원이나 시민사회계 등의 외부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재판소원을 시행해온 독일의 사전심사 제도 문제점을 지적하며 독일 '벤다 위원회'의 개혁안과 미 연방대법원의 사건 선별 절차를 시사점으로 제시한다.
독일에선 1990년대 사건 부담이 크게 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벤다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위원회 개혁안의 핵심은 '전원재판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을 재량껏 선별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3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전심사를 담당하는데, 사전심사는 '어떤 사건이 헌법적 중요성을 갖는 사건인지'를 정하는 과정에 해당하고, 이를 위해선 소부에 비해 보다 높은 정당성이 확보되는 전원재판부가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오히려 헌재의 사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변호사는 미 연방대법원의 '쟁점사항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청인이 연방대법원에서 판단받으려고 하는 법적 쟁점으로, 대법원은 사건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쟁점사항의 중요성을 결정적 잣대로 삼는다.
김 변호사는 "쟁점사항 제도는 사전심사 제도의 효율을 극대화해 주고, 본안 재판의 효율을 높여 재판부의 사건 부담을 경감시키는 작용을 하며, 사회적 관심을 재판 논의의 초점에 맞출 수 있도록 해 헌법재판을 통한 민주적인 여론 형성과 토론이 가능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 연방대법원은 근본적으로 많은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실정과는 차이가 있다. 헌재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연방대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 판단 등 헌재 역할도 맡는다. 연방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1년에 다루는 사건이 대략 100여건 안팎으로, '가장 집중해야 할' 시대적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는 형태다.
반면 정광현 한양대 교수는 토론문에서 이런 제안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침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의 사건 선별은 매우 정치적이거나 자의적인 재판 거부로 비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벤다 위원회의 제안을 시범 시행했으나 업무 부담이 줄지 않고 실패작으로 판명됐다고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헌법재판관 수를 현행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정규 구성원(재판관) 9명에 예비 구성원을 6명 늘리자는 것으로, 현재 3명인 지정재판부는 정규 구성원 3명과 예비 구성원 2명씩 총 5명으로 재편하자는 아이디어다. 이 경우 지정재판부에서 명백히 부적법한 헌법소원을 각하하는 것뿐 아니라 명백히 이유 없는 헌법소원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하면 헌재가 바로 전형적 사법적 판단사항에 들어가 그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단 것이다.
정 교수는 또 우리가 모델로 삼은 독일의 경우 헌법소원 제도가 기본적으로 '입법권력의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된 데 반해 우리 재판소원법의 경우 "개정법상 훨씬 넓은 범위에서 재판소원 인용을 가능하게 해 헌재의 부담을 극도로 가중할 위험이 있다"며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합리적 권한 배분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서경미 성균관대 교수는 '헌법적 중요성 관점에서 사건 선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개정 헌재법으로는 그와 같은 해석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앞서 입법 과정에서 헌재는 재판소원의 사유를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자고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않은 채 법이 통과됐다.
이렇게 시행된 개정 헌재법이 정한 재판소원 청구 사유 1호는 '법원의 재판이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로 돼있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재판의 결과는 항상 기본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기본권 침해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재판소원 대상을 적절히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얼마든지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은 방향으로 재판소원 청구 사유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구 사유 3호인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역시 "우리나라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법관이 법률을 위반해 재판을 한 경우 헌법 조항 위반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데, 아무런 제한 없이 '헌법과 법률 위반'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재판소원의 취지나 목적을 고려해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는 경우로 한정하자'는 해석으로 해결하자고 할 수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그런 내용을 추가하자는 헌재의 제안이 아무 이유 없이 거절된 점을 들어 "그런 해석론을 전개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헌재가 과도한 사건 부담에 파묻히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자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재판소원 관련 규정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already@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