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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은 2010년 '선진 공여국 클럽'으로 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며, 원조받는 나라에서 국제규범을 선도하는 공여국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 지식 공유 등 현장 밀착형 사업 강점…'K-ODA' 모델 정립
코이카는 지난 35년간 아시아에 집중됐던 원조 지평을 아프리카와 중남미로 넓히면서 보건·교육·공공행정 등 한국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사업을 수행해오며 외연을 대폭 확장했다.
한국의 압축 성장 경험을 체계화한 지식 공유와 인력 양성은 코이카의 차별화된 성과로 꼽힌다. 협력국의 자립 기반을 위한 직업훈련원 건립과 농촌 개발 모델 등은 개발도상국들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 중심의 사업 수행 능력은 주요 선진국과 비견될 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협력국에서는 각국에서 축적한 사업 경험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코이카의 전문성을 우선으로 거론한다.
최근에는 기후·보건·식량 분야에 AI·ICT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복합 위기 대응력을 높이며 단순한 원조 제공자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코이카는 한정된 자원과 제도적 제약 속에서도 현장 중심으로 사업을 꾸준히 수행하며 내실 있는 성과관리 노력을 병행해온 국내 최고의 ODA 전문 조직"이라며 "원조 사업의 기획·집행 역량과 현장 대응 능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최근 3년 내 사업 83% 지연 발생…"구조적으로 불가피"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 이면에는 사업 지연과 전략 부재, 부처 간 파편화된 정책 구조 등 복합적인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 원조를 넘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질적 고도화를 통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사업 지연 문제다. 지난해 감사원은 정기감사를 통해 최근 3년 내 종료된 100억원 이상 규모 ODA 사업 24건을 분석해 전체의 83.3%인 20건의 사업에서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제개발협력계 전문가들은 그간 관리 체계가 정교화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업 지연을 단순히 기관 차원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ODA 사업은 협력국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되는 특성상 행정 절차, 정치 상황, 치안, 법·제도 변화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일정 지연 자체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협력국 정부가 사업 승인이나 현지 인허가 과정에서 제대로 협조하지 않거나 현지 인수인계가 늦어지는 경우가 다수 나타났다. 대선 등으로 인한 협력국 정부의 리더십 변경에 따라 사업 추진 여건이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김성규 전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은 "ODA 사업은 국내 공공사업과 다르기 때문에 협력국 상황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자주 생긴다"며 "지연 자체보다는 사업 설계와 성과관리 체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코이카는 "해외사무소 주도 상시 사업 모니터링, 본부 주도 연 4회 사업 점검을 통해 지연 상황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사업계획 변경을 건의하고 정부 검토·승인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략 기능' 제한적 운영 지적…외교부와 관계 설정 한계론
코이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전략 기능 부족 문제가 언급된다.
한국 ODA 구조상 정책은 외교부와 재정경제부가, 예산은 기획예산처가, 조정은 국무조정실이 맡는다.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코이카는 사실상 사업 수행 기관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수행과 현장 실행에 조직의 역량이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전략·기획 부서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중장기 전략을 뒷받침할 내부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코이카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도 코이카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쟁점이다.
과거에는 인사와 사업 승인 과정에서 정책 수립과 지도·감독권을 가진 외교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해 코이카의 자율적인 판단 여지가 제한적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외교부가 코이카를 종속 기관으로 관리했다는 비판도 있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한때 코이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해외사무소 운영 여건이나 인력 운용 방식을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기관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조치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 설정에서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코이카를 "산하기관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예산 구조를 한계로 짚기도 한다.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 ODA 특성상 단년도 예산 체계는 사업의 지속성과 전략 수립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별로 분산된 사업 구조 역시 유사 사업의 중복 추진과 자원 분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성과관리 체계 구축, 무상원조 통합, 사업 대형화를 통한 분절화 해소 등이다.
인력과 조직 역량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ODA 규모에 비해 전문 인력 확보와 조직 역량 강화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사무소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은 현장에서 지속해서 제기되는 문제다.
정부는 해외사무소 인력을 확대하고, 개도국 재외공관에 ODA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코이카 임직원 642명 중 148명(23%)이 해외사무소에 근무 중이며, 단계적으로 해외 근무 인력이 늘어날 예정이다.
코이카는 "2011년부터 사업 발굴과 집행 권한을 해외사무소로 이양하는 현장화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며 "해외사무소 중심 통합적 무상원조 수행 기능과 종합적 성과 창출을 위한 전략적 무상원조 추진의 현장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ODA 규모 확대를 넘어 구조와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코이카의 역할 변화와 정책 구조 개편이 맞물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raphael@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