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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레이더] "아플까 두렵네"…공보의 기근에 구멍 뚫린 지역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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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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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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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양극화로 취약해진 지역 공공의료망이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충원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처했다.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농어촌에서 주치의 역할을 담당해온 공보의의 지역별 배정 인원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보건지소 운영이 멈추고 무의촌이 늘어나는 등 지역의료 공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 등은 취약지역 중심의 공보의 배치와 순환진료, 의사 채용 지원 등으로 의료 공백 메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공보의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보의는 민간의료기관이 없고 의사 채용이 어려운 농어촌 보건소 등에 배치돼 일차 의료를 담당해 왔지만, 현역 사병과의 복무기간 격차(현역 사병 18개월·공보의 36개월)와 의대 여학생 비율 증가 등으로 전체 규모가 감소해 왔다. 여기에 2024∼2025년 의정 갈등으로 의대생 군 휴학이 늘고 전공의 수련 공백이 생기면서 올해 편입 인원이 급감했다.

◇ 의과 공보의 1년만에 37.2% 급감…최악 인력 수급 위기

26일 보건복지부와 전국 시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45명이던 전국 의과 공보의 규모는 올해 593명으로 37.2%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복무가 끝나는 인원은 450명이지만 신규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충원율이 2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전국 의료취약 지역 보건지소 532곳 가운데 공보의가 배치되는 곳은 139곳(26.1%)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인 경북에서 근무하는 의과 공보의는 2022년 285명에서 올해 97명으로 4년 만에 65% 급감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감소율이 36.6%에 달해 역대 최악의 인력 수급 위기를 맞고 있다.

경북의 올해 신규 배치 공보의는 67명이지만 그나마도 이 가운데 의과는 12명뿐이다. 나머지는 치과 24명, 한의과 31명이다.

전남지역 공보의 수도 해마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37명에서 2022년 612명, 2023년 586명, 2024년 534명, 2025년 476명에 이어 올해는 411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충북의 올해 복무 공보의는 지난해보다 29%(51명) 줄었으며 직군별로 한의과 공보의는 75명에서 48명으로, 의과 공보의는 57명에서 33명으로 감소했다.

경기도내 공보의 파견 지역인 17개 시군 공보의는 작년 159명에서 올해 108명으로 32.0% 줄었다.

특히 의과는 작년 45명에서 올해 13명으로 32명(71.1%) 감소했다.

농어촌이 많은 강원과 경남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의료취약지 진료 공백 심화…공보의 없어 '발등에 불'

공보의가 매년 줄어들면서 도시지역이 아닌 의료취약지 진료 공백은 절박한 상황이다.

상당수가 농촌지역인 경기 안성시의 경우 4명이던 공보의 중 3명이 지난 9일 전역하고, 나머지 1명도 이달 중순 전역 예정이어서 공보의가 1명도 남지 않게 된다.

시는 경기도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공보의 충원을 요구했으나 배치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농촌지역이 많은 평택시도 공보의가 없어 보건지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자 공보의를 대신할 의사를 직접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도 의과 공보의가 42% 감소하면서 일부 시·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진천군은 남은 공보의 2명이 7개 보건소·보건지소 진료를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제천도 지난해 4명이던 의과 공보의가 반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보건지소 5곳을 2명이 순회 진료해야 하는 처지다.

순회진료로 정해진 요일에만 진료가 가능한 보건지소가 늘어나다 보니 감기 등 진료가 필요한 주민들은 공보의가 오는 날이 아니면 보건지소 이용이 어렵다. 급하면 결국 의사가 있는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먼 길을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는 농어촌지역에서는 고령화가 심각해 원거리 이동도 수월치 않은 형편이다.

◇ 순회·원격진료, 보건진료 전담간호사 확대…"의료 공백 최소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각 지방단체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회진료와 원격진료 확대, 보건진료 전담공무원(간호사) 역할 확대, 기간제 의사 채용 지원 등에 나서고 있으나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남도는 공보의를 민간의료기관이 없는 도서·벽지 보건기관에 우선 배치하고, 미배치 보건지소는 진료 기능 유지를 위한 기능을 개편한다.

의과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 65곳에는 진료행위가 가능한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의과 진료를 상시 제공하고, 한의과·치과 진료는 기존대로 유지한다.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은 의사 배치가 어려운 지역의 보건진료소에서 91종의 의약품 처방, 예방접종 등 일부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간호사를 말한다.

경북도도 최근 공보의 배정 인원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함에 따라 농어촌 의료 취약지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지역 보건기관 기능 개편과 함께 의사 채용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의과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 중 44곳은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상시 진료를 제공하고, 2개 보건지소는 진료소로 전환해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131개 보건지소는 기존 보건소 공보의를 활용해 주 2∼3회 주기적으로 순회진료를 실시한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1.4명에 불과한 취약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필수 의료 전문의 20명에게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 수당을 지원하는 지역 필수의사제 지원사업도 한다.

또 공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역 보건기관 진료 의사 및 시니어 의사 채용 지원 예산 73억원을 편성, 울릉도를 비롯한 응급의료 고도 취약지 당직의료기관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파견하거나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도 시니어 의사를 양성해 공공의료 취약지에 파견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시니어 의사 채용지원금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 공보의 감소세 지속 전망에 근본적 대책 절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면서 지역 의료환경이 갈수록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충북 진천군은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달부터 연말까지 보건소에서 근무할 기간제 의사 1명 채용에 나섰다.

하루 29만원이던 인건비를 40만원으로 올리고 근무 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당근'을 제시했지만, 현재 지원자는 없는 상황이다.

경남도는 합천군의 경우 최근 3차례 공고 끝에 일당 100만원에 보건소 관리 의사 1명을 지난달 초 구했으나 다른 시군들은 고액 연봉·일급 제공에도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평택시 관계자는 "농촌지역 등에 공중보건의가 필요하지만 앞으로 충원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보건지소는 물론 지자체 보건소와 보건진료소의 기능을 바꾸거나 정부 차원에서 공중보건의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 배출에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공보의 부족 현상이 이어져 지역의료 공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역 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료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의사제는 2027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적용되나 첫 졸업생은 2033년에나 배출된다.

대구·경북지역의 대학병원 한 교수는 "공보의 문제는 단기에 해결하기가 어렵고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 등 병원급도 사실 의사가 부족해 농어촌지역 보건소 등 순회 파견·지원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태에서는 최대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일부 진료 권한을 주는 간호사인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1979년 도입된 공보의 제도는 복무기간이 36개월로 일반 병사에 비해 길어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며 "공보의의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윤 김광호 천경환 이정훈 형민우 황정환 강태현 이승형 기자)

h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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