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인공지능(AI)을 단 10분 정도만 사용해도 사람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AI에 직접 답을 요구하며 의존할수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과 끈기가 빠르게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MIT, UCLA,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공동 연구를 통해 AI 사용이 인간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그 결과를 세계 최대 논문플랫폼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인 참가자 35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분수 계산 문제를 풀게 했다.
한 그룹은 AI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했고, 다른 그룹은 약 10분 동안 AI 보조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마지막 문제에서는 AI 지원이 없는 상태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초반에는 AI를 사용한 참가자들의 정답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AI 지원이 없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전에 AI 도움을 받았던 참가자들은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그룹보다 문제 해결률이 약 20% 낮아졌고, 문제를 아예 건너뛰는 비율도 약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연구진은 독해 능력 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AI 사용 시간이 10분 남짓에 불과했음에도 참가자들의 독립적인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 의지가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AI 활용 방식에 따라 결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AI 사용 참가자 가운데 61%는 문제의 정답 자체를 AI에게 직접 요청했다. 반면 힌트나 개념 설명 등 보조적인 도움만 받은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성능 저하가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AI는 즉각적인 성과 향상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상당한 인지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짧은 사용만으로도 독립적인 수행 능력과 끈기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장기간 반복될 경우 인간의 사고력과 학습 능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AI 시스템은 즉각적인 답변 제공에 최적화돼 있어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계산기와 GPS, 스마트폰 역시 인간의 사고방식을 바꿔왔다는 점에서 AI만 특별히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에 연구진은 "현재의 AI는 거의 모든 질문에 즉시 답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지 보조 도구"라며 기존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