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죠. 대회 기간 괜찮은 숙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큰 대회와 관광 시즌이 겹치기라도 하면 선수단이 모텔을 이용하기도 하고, 일부에선 불만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초·중·고등학생 등 유소년 숙소로 이용되면 신경이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인근 도시에 숙소를 마련하고 경기가 있는 날에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숙박 시설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지만, 괜찮은 숙박시설을 유치하는 건 쉽지 않네요." 최근 전남의 한 지자체에서 만난 관광 공무원에게 스포츠 대회 기간 숙박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스포츠 마케팅 선도 지역 중 하나로 분류되는 곳이다. 매년 평균 20여개의 전국대회가 개최되고, 따뜻한 날씨로 인해 선수단의 동계훈련지로도 자주 활용된다고 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냐고 물으니 "대도시가 아닌 이상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지역 소멸 위기 대안으로 중소 지자체에서 스포츠 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숙박 시설의 부재로 인해 타지인의 지역 체류에 따른 낙수효과가 인근 대도시로 흘러가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스포츠 대회를 즐기거나, 지역 관광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마케팅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대회 유치 건수' 경쟁에서 벗어나, 선수와 관계자 및 경기 관람 등을 위해 찾는 이들이 지역에 오래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체류형 숙박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대표 스포츠 메카로 분류되는 지자체라고 해서 숙박 부족 현상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육상과 양궁 등 굵직한 전국 대회를 매년 유치하고 있는 예천도 숙박 인프라 확충을 위해 숙박시설을 겸비한 훈련센터를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포츠 대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숙박 인프라 관련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대형 기업부터 중소형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안하며 리조트 등 시설 유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방에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서기 위해 나서는 곳이 없다"며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중대형 업체가 들어서면 수입원을 빼앗겨 생존권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선수단과 학부모, 관계자들이 한 번에 머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단체 숙소(유스호스텔급 이상)를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체류형 인프라 구축을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관광 분야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관광학계는 지자체 관광 활성화와 숙박 인프라 해법으로 폐교 부지 재생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대부분 지역관광 활성화, 체험·숙박시설 전환, 스포츠·레저시설 활용 등으로 지역 경제에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포츠 대회 유치에 따른 숙박 문제 해결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타지인에게는 체류형 인프라 제공과 동시에 현지인에게는 지역 상권 활성화와 수도권 중심의 문화 공간의 매개체로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폐교를 활용한 체류형 인프라 구축은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지자체 숙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출산과 인구 유출에 따른 지자체의 폐교는 튼튼한 건물 구조에 다양한 공간 구성이 가능하고, 훈련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까지 갖추고 있어 스포츠 관광을 목적으로 한 체류 시설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 스포츠와 관광이 결합된 스포츠관광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스포츠 기반 체류형 인프라 구축이 스포츠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지자체가 폐교를 숙박 인프라 전환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공공시설의 활용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비롯해 리모델링 비용, 지속적인 운영 프로그램 확보 및 운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지난 5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폐교활용법)이 개정되며 상황은 달라졌다.
우선 폐교를 활용한 지자체의 관광형 숙박 구축을 가로막던 행정적 절차의 장벽이 낮아졌다. 공공(공익) 중심에서 복합 체류가 가능한 '통합지원시설' 용도가 신설됐고, 시·도 교육감의 활용계획 고시 하나로 도시계획 변경 등이 한 번에 해결되는 '원스톱 의제 처리'가 도입되면서 인허가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특히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지난 2일 폐교를 활용한 '지방정부-교육청 공동협력사업' 공모를 처음으로 진행하는 등 폐교가 지역의 교육·문화·산업 거점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예산도 투입하기 시작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부처 간 공동 대응체계를 기반으로, 폐교가 지역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며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폐교 활용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역시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협력을 통해 폐교를 지역 발전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공모에) 선정된 사례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운영적 측면에선 스포츠케이션이나 스포츠에듀케이션 관련 콘텐츠 관련 전문 업체와 협업이 가능하다. 삼척시의 경우 3대3농구 대회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는 동시에, 지역 유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불균형 해소 차원의 스포츠멘토링 진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삼척시는 스포츠 마케팅에 앞서 폐교를 활용해 미로정원과 같은 체류형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지자체의 스포츠 마케팅은 이제 '유치 경쟁'에서 '체류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해외에선 스포츠를 매개로 숙박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결합한 체류형 스포츠 관광 모델을 통해 긍정적 성과를 사례가 적지 않다. 체류형 스포츠 관광을 고민하는 국내 지자체에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