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에서 하늘이 핏빛으로 물드는 이례적인 광경이 포착되면서 각종 추측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지진과의 연관성이나 성경 속 종말의 징조라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대기 중 먼지와 빛의 산란이 만들어낸 자연현상이라며 억측을 경계했다.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일몰 시간대 하늘 전체가 짙은 붉은색으로 물드는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돼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본 시민들은 최근 발생한 대형 지진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 현상을 이른바 '지진광(Earthquake Lights)'과 연결 짓거나, 성경 구약성서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피처럼 변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종말의 전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기상·대기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베네수엘라에서 '칸딜라소(Candilazo)'로 불리는 석양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기 중에 먼지와 미세 입자가 많이 떠 있는 상태에서 태양빛이 통과하면서 긴 파장의 붉은빛과 주황빛만 강하게 남아 하늘이 붉게 보이는 현상이다.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대규모 황사가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해와 북부 남미 지역까지 확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기 중 미세 입자가 청색과 녹색 계열의 짧은 파장을 더 많이 산란시키면서 붉은색 계열의 긴 파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났고, 해가 지평선 가까이 내려오면서 빛이 더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해 붉은빛이 더욱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진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붉은 하늘이 지진과 연결돼 해석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번 현상이 지진 활동이나 지질학적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24일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가 2295명이고 실종자는 5만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명 피해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