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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철인' 신의현(37·창성건설)이 지난 17일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7.5km에서 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던 날, '빙속철인' 이승훈(30·대한항공)은 "이 분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영웅"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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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후 첫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이승훈은 2018년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 팀추월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3회 연속 메달과 함께 아시아 최다 메달 보유자(5개)가 됐다. 8년만에 두번째 최우수선수상, '아이언맨' 윤성빈과 함께 최우수선수상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 도전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일품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35세가 많다고 볼 순 있지만, 그 나이에 금메달 땄던 선수들이 많다. 올드 벗 골드(Old but Gold)란 말이 있다. 나이는 '올드'지만 '골드'를 하겠다." 5년전 소녀시대 '지(Gee)' 댄스를 감춰온 끼를 뽐낸 '빙속황제'가 8년만에 신명나는 '붐바스틱 댄스'로 MVP 무대를 자축했다.
평창패럴림픽에서 포기를 모르는 투혼으로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신의현은 우수선수상 장애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7.5km 금메달, 크로스컨트리 15km 동메달의 주인공 신의현이 베트남 출신의 헌신적인 아내 김희선씨와 무대위에서 뜨겁게 포옹하며 수상을 자축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총 4종목에 나서 37.4km를 달린 이승훈과 평창패럴림픽에서 총 7종목에 나서 63.3km를 달린 신의현, 둘이 합쳐 100km를 달린 철인들이 한 테이블에서 서로를 알아봤다. 최우수선수상 이승훈과 우수선수상 신의현이 수상자 테이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눴다. 서로의 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신의현은 "이승훈 선수는 워낙 잘하는 대선수이다보니까, 경기 보면 당연히 메달을 딸 것같은 기대가 있다. 자신감도 넘치신다"고 했다. "TV로 볼 때는 키가 되게 크실 줄 알았다. 1m80이 넘으시는 줄 알았다. 운동을 잘하셔서 그런지 그만큼 커보였다"며 웃었다.
두 선수는 나란히 4년후 베이징올림픽, 패럴림픽 도전을 선언했다. 서로를 향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베이징 패럴림픽에서도 더 멋진 모습 보여주시길 더 많은 메달 따시길 응원합니다"라는 이승훈의 인사에 신의현이 감사를 표했다. "수상 소감에서 4년 후 이승훈 선수가 서른다섯이라고, 노장이라 하셨는데 나는 그때 마흔셋이다. 이승훈 선수는 충분히 젊다. 메달 3개는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철인들에게 단 한 종목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이유를 물었다. 신의현은 "바이애슬론은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종목이다. 이 종목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또 장애인 스포츠와 비장애인 스포츠가 대등한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 1만m, 5000m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뛰어넘으며 세계 4-5위 정상급 기량으로 투혼을 보여준 이승훈은 "장거리 종목에서 무책임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모여드릴 수 없었다. 평창이어서 더 책임감,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베이징올림픽 때도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여러 종목에 출전해서 잘해내고 싶다"면서 "물론 후배들이 내 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다면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물러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평창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승훈은 "오랜 시간 꿈꾼 무대, 꿈을 이룬 무대"라고 즉답했다. 신의현이 이어 답했다. "패럴림픽 첫 출전, 그 무대에서 꿈을 이뤘다. 나도 해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평창패럴림픽을 통해 국민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계기가 됐다. 참 좋은 대회였다"며 웃었다.
소공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