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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Live]'역시 세계최강', 男사브르 AG 2연패. 구본근은 약속을 지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23 22:18


23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펜싱 경기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안게임' 남자 펜싱 단체 사브르 8강전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3/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4·상무) 오상욱(22·대전대). 사총사가 검을 맞대니 세상 적수가 없었다.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가 다시금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은 AG 2연패다.

이제는 완연한 '금밭 종목'이 된 펜싱이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미 금메달 4개를 포함해 총 12개(은 2 동 6)의 메달을 수확한 한국 펜싱은 23일 밤에도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플래네리홀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의 '사브르 사총사'는 이란을 45대32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가히 사브르계의 '어벤저스'라고 부를 만한 네 명의 펜서들은 거침없이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첫 주자는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은메달에 그친 오상욱이었다. 팀의 막내지만 가장 먼저 나와 기선제압의 임무를 맡았다. 그의 검은 눈으로 쫓기 힘든 쾌검이었다. 경기 시작 2초만에 무려 3점을 만들었다. '전광석화'라는 사자성어는 오상욱의 검을 뜻하는 수식어인 듯 했다. 불과 4초만에 5점을 따내고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 였다. 구본길-김준호가 착실히 5점씩 선취하며 15-11을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구본길-오상욱-김준호의 순서. 팀의 맏형이자 지난 7월 우시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정환은 여유있게 대기하며 후배들의 선전을 지켜봤다. 그래도 충분했다. 한국은 30-26으로 처음 잡은 리드를 잃지 않았다.

후반으로 접어든 상황. 승리를 위한 확실한 방점이 필요했다. 여기서 이번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구본길이 나왔다. 후배 오상욱을 사브르 개인 결승에서 물리친 뒤 후배 생각에 울먹였던 그다. 당시 "단체전 금메달을 위해 개인전 때보다 더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던 그다. 오상욱에게 "단체전에서 금메달 걸어줄게. 형만 믿어, 형만."이라고 했던 구본길은 자신이 한 말을 똑부러지게 지켰다. 무하메드 라바리코야키와의 대결을 5-1로 압도하며 팀 스코어를 35-27로 크게 벌려놨다. 이 정도면 약속을 지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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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지금까지 묵묵히 뒤에서 후배들을 보살펴 온 맏형 김정환이 피스트에 올랐다. 맏형에 대한 배려였다. 그는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다. 사실 최근 컨디션이나 기량으로 보면 후배들에 전혀 뒤질 것 없는 김정환이다. 한달 전에는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검을 한쪽에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무대를 내줬다. 그래도 그의 검은 녹슬지 않았다. 경쾌한 몸놀림을 앞세워 순식간에 5득점.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대사형'이다.

마지막 피날레는 오상욱이 장식했다. 이는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단체전의 1번 주자이자 마지막 주자. 오상욱이 이제 확실한 남자 펜싱 사브르의 에이스라는 것을 선언하는 듯 했다. 어쩌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은 오상욱을 위한 '대관식'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오상욱은 들뜨지 않았다. 품위 있게, 그러나 강력하게 검을 휘둘러 피날레 점수를 냈다. 45대32, 압승이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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