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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 8일 김천실내스포츠수영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개인혼영 200m 결승, 4번 레인 선수가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관중석에선 "와!" 탄성이 울려퍼졌다. "와! 한신(한국신기록) 깰 뻔했어!"
체전 마지막날 개인혼영 400m 결승, 투혼의 양석현은 4분21초57의 개인최고기록과 함께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전 첫 2관왕과 함께 자신의 최고 기록을 무려 3초 이상 앞당겼다. 중학교 1학년 때 부족한 재능에 절망해 수영의 운명을 놓아버릴 뻔했다던 선수가 꿈의 체전 무대에서 높이 날아올랐다. "저 정말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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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레이스'를 펼친 후 양석현의 '감사'는 인상적었다. 힘든 상황에서 한결같이 믿고 지지해준 지도자들을 향한 고마움을 먼저 표했다. "골절은 처음이기도 하고, 체전이 임박한 상황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선생님들이 정말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안무진 선생님의 트레이닝센터(KCA)에서 주신 호흡기 마스크도 큰도움이 됐고, 제 클럽팀인 CRS 박성원 감독님, 한규철 선생님, 남동호 선생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믿고 응원해주셨다. 염동현 대구광역시청 감독님도 날마다 늘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멘탈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닌데, 선생님들이 꽉 잡아주셨다. 그래서, 포기할 법도 한데 포기가 안되더라.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과 자신을 믿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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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현은 빠른 2001년생, 대부분의 수영 동기들은 대학교 1학년이다. 경기체고 시절 전국체전 배영 200m 금메달을 비롯 동급 에이스로 인정받았던 양석현은 또래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졸업 후 대구광역시청에 입단했다. 2001년생 유일의 실업선수다. 양석현은 이에 대해 "주위에서 무조건 대학을 가라고 했다. 진로를 깊이 고민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수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수영을 마음껏 하기는 어렵다. 수영은 때가 있다. 대학을 가고자 하면 그때부터 다시 공부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공부하는 학생선수'만큼 '최고의 선수를 꿈꾸는 수영청춘의 선택'도 똑같이 소중하다. 좋아하는 수영을 직업 삼아 절실하게 올인하면서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하고 싶은 것을 중점적으로 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올인하자는 생각으로 실업팀을 택했다. 후회없는 선택을 했다"며 미소 지었다. 신입 막내의 2관왕 쾌거를 7~8세 위 대구광역시청 선배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형들이 정말 기뻐해주셨다. 사진도 찍어주시고, 영상도 보내주시고… 감사드린다."
체전에서 난생 처음 대회신과 함께 2관왕에 오른 후 양석현의 목표는 더욱 또렷해졌다. "개인혼영 100m에서 1분59초대에 도전하고 싶다. 한국에서 최초로 이종목 2분 벽을 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체전 이후 해이해지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섯 살 때 첫 물살을 갈랐고, 여덟 살 때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평택 살던 부모님은 아들의 수영 뒷바라지를 위해 분당 이사를 불사했다. 분당 서현중 1학년, 본인 말론 '수영을 너무 못해' 그만두려 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배영 200m를 만난 후 소년체전 3위에 올랐고, 3학년 때 2분 5초대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체고 진학후 개인혼영을 만난 후 1학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졸업 후 대학 대신 실업팀을 택했고, 손가락이 부러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보란듯이 2관왕에 올랐다. 인생은 방향이고 선택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길은 반드시 열린다. 양석현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너라면 믿는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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