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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1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47초 벽을 깨보고 싶어요."
남자 자유형 100m는 전세계 최고의 수영 에이스들이 빛의 속도로 메달색을 가리는 격전지다. 압도적인 힘과 스피드, 기술을 다 가져야 하는 이 종목은 아시아 수영의 불모지다.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2015년 카잔 대회 금메달리스트 닝저타오가 유일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전무하다.
기록만큼 놀라운 것은 과정이다. 황선우는 27일 오전 자유형 200m에서 자칭 '오버페이스'로 7위에 머물며 메달을 놓쳤다. 이날 오후 9시간만에 치러진 자유형 100m예선, 황선우는 몸도 마음도 빠르게 '리셋'했다. 47초97. 마의 48초대 벽을 넘어 한국최고기록을 찍었다. 47초대는 역대 대한민국 선수 누구도 깨지 못한 경지, '월드클래스'의 상징이다. '47초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박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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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불가, 설명불가, 예측불가다. 현장의 한 수영인은 "18~20세 상승세를 타는 선수들의 미친 기운은 그 누구도 못 막는다. 이른바 '크레이지 모드'"라고 규정했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지"라고 했다. 지난 3년간 황선우를 지도해온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 역시 "우리도 지난 2년간 선우가 대회에서 보여주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즐겨왔다. 그냥 천재 선수로 보시면 된다. 우리가 어떻게 천재를 설명하고 예측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있다. 수영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 살 떨리는 올림픽에서조차 나만의 '도장깨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선우만큼 수영을 좋아하고 즐기는 선수는 없다. 거기에 천재적 재능까지 더해졌다. 원래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 침착하고 담담하다"고 귀띔했다. 이정훈 총감독 역시 "200m 메달을 놓친 후 전혀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원래 긍정적이다. 아쉬움은 있었겠지만 자신의 레이스를 펼친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훌훌 털고 즐겁게 도전한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이라는 더 큰 사고를 쳤다.
자유형 100m는 레이스 운영이 필요치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진하면 된다. 결선에 오른 이상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스스로도 한계를 모른다. 지도자들도 이 선수의 끝을 짐작할 수 없다. 다음 파리올림픽이 기대된다는 점 외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메달 가능성을 묻자 이 총감독이 짧게 답했다. "즐길게요." 드레슬, 차머, 포포비치…. 유튜브로만 보던 지상 최고의 프리스타일러들과 직접 맞붙는 것이 마냥 꿈같고 행복한 18세 청춘은 잃을 것이 없다. '전설' 마이클 펠프스는 "황선우와 같은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https://studio.tv.naver.com/channel/sportschosun/clip/20232448/modify |
2019년 6월 7일=동아수영대회=50초28
2019년 8월 24일=대통령배 전국수영=49초86
2019년 10월 9일=제100회 전국체전=49초69
2020년 10월 15일=김천전국수영대회=48초51
2020년 11월 18일=경영국가대표선발전=48초25(한국신)
2021년 4월 1일=김천전국수영대회=48초48
2021년 5월15일=경영국가대표선발전=48초04(한국신)
2021년 7월27일=도쿄올림픽 예선=47초97(6위, 한국신)
2021년7월28일=도쿄올림픽 준결선=47초56(4위, 한국신·아시아신·세계주니어신)
2021년7월29일=도쿄올림픽 결선=?
*종전 아시아최고기록=47초65(닝저타오, 중국, 2014년 자국대회)
*세계최고기록=46초91(세자르 시엘류, 브라질,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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