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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후(일본)=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도쿄올림픽에서 경험한 근대5종은 '스포츠의 왕'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선수들은 헤엄치고(수영)→검으로 찔렀고(펜싱)→말과 함께 장애물을 타넘고(승마)→달리면서 총을 쏘았다(육상+사격).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고안한 근대5종은 하루에 5가지 종목을 5시간 이상 걸쳐 연속으로 치른 후 가장 강력한 선수를 가려냈다.
전웅태와 정진화가 이날 보여준 레이스는 그동안 그들이 흘린 어마어마한 노력과 땀의 결과물 처럼 보였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전웅태는 체력이 왜소했다. 정진화는 혹독한 훈련으로 부상과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둘은 레이스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전웅태는 수영 6위, 펜싱(랭킹라운드+보너스라운드) 9위, 승마 11위로 마지막 레이저런을 앞두고 4위에 랭크됐다. 중간 점수 831점으로 선두 조셉 충(영국·859점) 보다 28초(핸디캡)를 늦게 출발했다. 정진화는 수영 7위, 펜싱 5위, 승마 6위로 중간 점수 847점, 2위였다. 조셉 충 보다 12초 뒤에 출발선을 뛰어 나갔다.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장은 도쿄스타디움 내에 특별히 만들어졌다. 도쿄스타디움은 보통 때 J리그 FC도쿄의 축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이 곳에 간이 수영장(25m 길이), 펜싱장, 승마장, 레이저런장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하는 게 수영이다. 수영은 200m 자유형을 겨뤘다. 순위가 아닌 기록에 따른 점수를 가져갔다. 전웅태는 1분57초23으로 316점, 정진화는 1분57초85로 315점을 받았다. 펜싱 보너스라운드는 이틀 전 실시한 랭킹라운드에다 보너스로 점수를 더하는 것이다. 성적 역순으로 대결해 올라오는 수순으로 이길 때마다 1점씩 추가했다. 전웅태는 첫 대결에서 져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고, 정진화는 한명을 제압해 1점을 보탰다.
근대5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레이저런이었다. 총 거리 3200m를 달렸고, 총 4번에 걸쳐 레이저 권총으로 10m 거리의 표적 5개를 맞추면 된다. '총을 잘 쏘면서 잘 달려'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순서에 따라 최종 순위가 결정됐다. 출발은 다 같이 하는게 아니다. 중간 순위 1위 선수가 가장 먼저 출발했다. 1점이 앞서면 1초의 어드밴티지를 가졌다. 따라서 핸디캡 만큼 뒤늦게 출발하기 때문에 중간 순위가 떨어질수록 불리했다.
레이저런은 처절한 막판 생존 레이스와 다르지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나머지 힘을 짜냈다. 네번째로 출발한 전웅태는 1명을 제치고 3위로, 두번째 출발했던 정진화는 체력이 떨어지며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저런에서 639점을 획득한 전웅태는 총점 1470점, 619점 획득에 그친 정진화는 총점 1466점이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5년을 동고동락했던 둘은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참고 이겨낸 동지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금메달은 조셉 총(1482점, 올림픽신기록), 이집트 엘겐디(1477점)가 2위를 차지했다.
조후(일본)=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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