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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금메달리스트 정지현(29·삼성생명)이 세 번째 올림픽 무대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은 그에게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무대였다. 2004년의 환희를 뒤로 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좌절감에 빠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었던 레슬링은 정지현의 메달 획득 실패와 함께 '노골드'에 그쳤다. 절치부심하며 4년을 기다렸다. 지난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딛고 세 번째 올림픽행 티켓을 따냈다.
정지현은 2009년 한 살 연상의 정지연(30)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아내는 첫 째 딸을 임신했다. 태어날 딸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생각으로 태명도 '아금(아시안게임 금메달)'으로 지었다.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홀몸이 아니었지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해준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어느덧 딸 서현양은 돌이 지나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성장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우연처럼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다. 4개월에 접어들었다.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지현은 둘째의 태명을 '올금(올림픽 금메달)'으로 지었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의지는 더 강해졌다. 정지현은 "첫째 딸과 아내에게 걸어주지 못한 금메달이다.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 혼자 고생한 아내와 아기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웃었다. 가족은 그가 땀을 흘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후배들과 똑같이 강한 체력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힘들 때면 아내와 딸의 사진을 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테네올림픽보다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새로 태어날 아기가 있어 책임감이 더 커졌다. 첫째 딸이 '아빠'라고 불렀는데 요즘 자주 못보니 삐쳐서 '아빠'라고 안한다. 금메달을 꼭 걸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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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은 8년 만에 한국에 레슬링 금메달을 선사할 후보로 꼽힌다. 아테네, 베이징과 비교해 체력을 떨어졌지만 기술은 더 농익었다. 베테랑답게 경기 운영도 뛰어나다. 지난해 다친 팔꿈치 인대 회복과 체력 극복이 런던행에 앞서 떨어진 과제였다. 체력은 악명높기로 소문난 '지옥 훈련'을 모두 소화해내며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정지현은 "2004년에 패한 후 원인을 생각해보니 체력 때문이었다. 그만큼 더 이를 악물고 많이 준비했다. 베이징에서는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갔는데 지금은 베이징때 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장의 무기로 '체력'을 꼽을 정도다. 문제는 팔꿈치 인대다. 지난해 9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서 라이벌 오미드 노루지(이란)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꺾이며 인대가 끊어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닥친 악재였다. 지난 겨울을 재활에만 매진한 그는 1월 가까스로 훈련장에 복귀했다. 남들보다 한 발 뒤쳐진 상태였다. 팔 근력 회복을 위해 그는 남들보다 더 땀을 흘렸다. 현재는 꾸준한 훈련으로 오른팔 근력이 정상 수준까지 올라왔다. 부상 후유증 극복만이 남았다. 그는 "90%에 가까이 회복됐지만 아직 경기할때 신경쓰이는게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방대두 레슬링 대표팀 감독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팔꿈치가 정상이 아닌것은 사실이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습때는 신경쓰는 것 같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다 잊고 경기에만 집중한다. 지현이는 한국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태릉=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