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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만큼 저도 부담스러워요."
허선미는 지난 4월 대표선발전에서 후배이자 라이벌인 성지혜(16·대구체고)를 0.7점 차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1월 프레올림픽에서 단체전 5위에 머물며 아깝게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결국 허선미 홀로 런던올림픽 개인전에 나서게 됐다. "엄청 부담스러워요. 혼자 나가니까요"라더니 손연재를 언급했다. 빠른 1995년생인 허선미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와 똑같이 고3이다. 대한체조협회 시상식, 전국체전 등에서 오고가며 인사를 나눈 사이다. "손연재가 부담스러운 만큼 저도 부담스러워요. 손연재도 혼자 훈련하고, 혼자 나가잖아요. 손연재도 메달 쉽지 않을 거고, 나도 그렇고… 똑같잖아요. 물론 (연재는) 얼굴이 예쁘지만"이라며 웃었다. 미모에 한창 관심이 쏠릴 열일곱 소녀다. 휴대폰 셀카를 찍어달라고 하자 볼바람을 잔뜩 불어넣고 '찰칵찰칵'하는 표정이 마냥 귀엽다. 사진을 확인하더니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며 몽땅 삭제해버렸다. "왜 이렇게 못생겼어!" 입을 삐죽이는 천진한 모습이 오히려 예뻤다. 손연재의 꿈이 결선 진출(상위 10위)이듯 허선미의 꿈도 상위 24위까지 이름을 올리는 결선이다. "올림픽 결선 진출이 어디에요. 결선 진출하면 날아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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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여기까지 온 게 어디에요?" 허선미는 운명처럼 이끌려온 체조 인생을 스스로 대견해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 전도사님'의 손에 이끌려 체조에 입문했다. "도리 초등학교 체조부에 갔는데 애들이 하는 게 하나도 어려워 보이지가 않았어요. '할 수 있겠는데? 해볼까?' 했죠."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체조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다시 태어나면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도리질 칠 만큼 힘든 운동이다. 몸이 무거워지면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1m58의 키에 46㎏의 체중을 유지하려면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그녀의 손바닥엔 굳은살이 못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울고 싶은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 체조의 재능은 그녀에게 '천형'인 동시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었다.
라이벌 성지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과 우정' 속에 실력이 급상승했다. 외로운 태릉에서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후배다. 치열한 선발전 끝에 '언니' 허선미가 선발됐다 ."실수 하나에 티켓이 결정된 거예요. 실수한 후 지혜가 와서 '언니가 가요. 난 괜찮아' 하더라고요. 저 역시 지기는 죽기보다 싫지만, 상대가 지혜라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지혜 몫까지 해내야죠"라며 각오를 다졌다.
참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는 '제주소녀' 허선미는 대한민국 체조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허선미의 올림픽행이 확정된 직후 제주 지역 언론은 난리가 났다. 허선미만을 위한 실업팀 창단도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체조의 벽은 여전히 높다. 5년 전인 2007년 국가대표에 첫 선발된 이후 2010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개인종합 8위에 올랐다. 지난 4월 브라질 시니어체조선수권에서 주종목인 이단평행봉 동메달을 목에 걸며 진가를 발휘했다.
최명진 여자체조대표팀 감독은 허선미에 대해 "목표를 향한 의지와 정신력이 대단히 강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낸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올 것이라 본다"며 각별한 기대감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