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요정'허선미"결선행 목표,손연재나 저나 똑같아요"

기사입력 2012-07-20 08:38


◇17세 소녀 허선미에게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어달라고 주문했다. 얼짱각도로 몇번이나 사진을 찍더니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몽땅 지워버렸다.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는 예뻤다.

"손연재 만큼 저도 부담스러워요."

제주도 출신 '체조요정' 허선미(17·제주 남녕고)는 '나홀로' 출전하는 런던올림픽의 부담을 이렇게 설명했다. 런던행 티켓을 거머쥔 대한민국 유일의 여자 기계체조 선수다.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나, 한국 여자체조의 미래를 '나홀로' 짊어진 자신이나 '올림픽의 부담감'은 매한가지라고 말하는 솔직당당한 소녀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목표는 결선행 "손연재나 저나 마찬가지죠"

허선미는 지난 4월 대표선발전에서 후배이자 라이벌인 성지혜(16·대구체고)를 0.7점 차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1월 프레올림픽에서 단체전 5위에 머물며 아깝게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결국 허선미 홀로 런던올림픽 개인전에 나서게 됐다. "엄청 부담스러워요. 혼자 나가니까요"라더니 손연재를 언급했다. 빠른 1995년생인 허선미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와 똑같이 고3이다. 대한체조협회 시상식, 전국체전 등에서 오고가며 인사를 나눈 사이다. "손연재가 부담스러운 만큼 저도 부담스러워요. 손연재도 혼자 훈련하고, 혼자 나가잖아요. 손연재도 메달 쉽지 않을 거고, 나도 그렇고… 똑같잖아요. 물론 (연재는) 얼굴이 예쁘지만"이라며 웃었다. 미모에 한창 관심이 쏠릴 열일곱 소녀다. 휴대폰 셀카를 찍어달라고 하자 볼바람을 잔뜩 불어넣고 '찰칵찰칵'하는 표정이 마냥 귀엽다. 사진을 확인하더니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며 몽땅 삭제해버렸다. "왜 이렇게 못생겼어!" 입을 삐죽이는 천진한 모습이 오히려 예뻤다. 손연재의 꿈이 결선 진출(상위 10위)이듯 허선미의 꿈도 상위 24위까지 이름을 올리는 결선이다. "올림픽 결선 진출이 어디에요. 결선 진출하면 날아갈 것 같아요."


◇허선미가 최명진 여자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체강화를 위한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을 하고 있다.

◇여자체조 유일의 대표, 제주소녀 허선미가 태릉선수촌 오륜마크 사징물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허선미는 씩씩하다. 어지간한 일에 눈물을 매다는 법이 없다. 프레올림픽 단체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후 여자대표팀은 눈물을 쏟았다. "애들은 우는데 저는 속만 상할 뿐 눈물이 안났어요. 잘 안울어요. 웬만한 일엔." 어릴 때 고생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자주 다퉜다. 집을 비우는 일도 잦았다. 허리 아픈 엄마를 대신해 언니와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밥, 빨래를 도맡아 했다. 일찌감치 홀로 서는 법을 배웠다. "엄마가 신발을 빨아주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죠. 원망도 했고… 요즘은 엄마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애들 보면 가끔 한심하단 생각이 들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5년째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매진해온 허선미는 혼자서도 뭐든 잘한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집에 손벌려 본 일이 없다. 하루 4만원씩 쌓이는 태릉선수촌 훈련비는 꼬박꼬박 모은다. "휴대폰 요금도, 제주도 가는 비행기값도 다 제가 알아서 해요. 혼자서도 잘해요."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기계체조에 출전하는 허선미의 손은 10대 소녀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투박하다. 손바닥에 못처럼 박힌 굳은살은 런던올림픽 꿈을 향해 그가 달려온 노력의 증거다.
강인한 정신력, 나는 제주도의 딸

"제주도에서 여기까지 온 게 어디에요?" 허선미는 운명처럼 이끌려온 체조 인생을 스스로 대견해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 전도사님'의 손에 이끌려 체조에 입문했다. "도리 초등학교 체조부에 갔는데 애들이 하는 게 하나도 어려워 보이지가 않았어요. '할 수 있겠는데? 해볼까?' 했죠."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체조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다시 태어나면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도리질 칠 만큼 힘든 운동이다. 몸이 무거워지면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1m58의 키에 46㎏의 체중을 유지하려면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그녀의 손바닥엔 굳은살이 못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울고 싶은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 체조의 재능은 그녀에게 '천형'인 동시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었다.


라이벌 성지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과 우정' 속에 실력이 급상승했다. 외로운 태릉에서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후배다. 치열한 선발전 끝에 '언니' 허선미가 선발됐다 ."실수 하나에 티켓이 결정된 거예요. 실수한 후 지혜가 와서 '언니가 가요. 난 괜찮아' 하더라고요. 저 역시 지기는 죽기보다 싫지만, 상대가 지혜라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지혜 몫까지 해내야죠"라며 각오를 다졌다.

참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는 '제주소녀' 허선미는 대한민국 체조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허선미의 올림픽행이 확정된 직후 제주 지역 언론은 난리가 났다. 허선미만을 위한 실업팀 창단도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체조의 벽은 여전히 높다. 5년 전인 2007년 국가대표에 첫 선발된 이후 2010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개인종합 8위에 올랐다. 지난 4월 브라질 시니어체조선수권에서 주종목인 이단평행봉 동메달을 목에 걸며 진가를 발휘했다.

최명진 여자체조대표팀 감독은 허선미에 대해 "목표를 향한 의지와 정신력이 대단히 강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낸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올 것이라 본다"며 각별한 기대감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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