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진)종오씨와 (남)현희에게' 아내와 남편의 응원편지

최종수정 2012-07-27 08:47

4년을 기다린 것은 선수들 뿐만 아니다.

가족, 친지, 친구, 동료들도 선수들만큼이나 힘든 싸움을 함께 한다. 매일 고된 훈련에 지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는 오죽할까. 4년간 함께 해온 노력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 찾아온다. 진종오는 28일 오후 11시15분(이하 한국시각), 남현희는 29일 오전 2시 금메달 여부를 결정짓는다. 한국의 첫번째 금메달을 안겨줄 후보로 평가받는 사격 진종오의 아내 권미진씨(31),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씻으려는 펜싱 남현희의 남편 공효석씨(26)가 부부애가 가득담긴 응원의 편지를 보냈다.


권미리씨가 남편 진종오를 위해 쓴 친필편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권미리씨(왼쪽)와 진종오. 사진제공=권미리
TO. 사랑하는 종오씨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마음고생하는 당신을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에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그래도 당신의 지난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당신의 영원한 팬, 아내 권미리'

진종오의 아내 권미리씨는 런던에 가지 않는다. 홀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신 6개월째다. 2006년 12월 결혼한 이래 6년만에 그토록 원하던 아이가 생겼다. 태명은 권미리의 리와 진종오의 오를 따 '리오'로 정했다. 아빠는 태어날 아기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며 어금니를 물었다. 그런 진종오를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은 고맙고, 아프기만 하다.

권씨는 4년전 올림픽을 경험했다. 금메달의 환희를 생생히 기억한다. 두번째 올림픽이 익숙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첫번째 올림픽은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나갔다. 주변에서도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번째 올림픽은 다르다.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며 슈퍼에 갈때도, 빵집에 갈때도 남편 얘기뿐이다. 응원의 메시지인지 알고 있지만, 진종오는 주변의 기대를 무거워 하고 있다. 댓글이 신경쓰여 인터넷도 하지 않고, 즐겨했던 SNS도 멈췄다. 권씨는 남편의 부담을 줄여주자고 마음 먹었다. 먼저 스스로 기대치를 낮췄다. 전화 통화에서도 좀처럼 경기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기도나 부적 같이 부산스러운 응원도 일체 하지 않았다. 런던으로 가기 전날에도 "나 선물 사러가는거라고 생각해"라고 했다.

권씨는 메달을 따던 따지 못하던 돌아오면 따뜻하게 안아줄 생각이다. 4년간의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림픽때문에 하지 못했던 낚시 데이트도 하고, 아이방도 꾸밀 생각이다. 권씨에게 진종오는 이미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빠다.


공효석씨가 아내 남현희에게 보내는 편지

함께 여행을 즐기는 공효석(왼쪽)-남현희 커플사진캡처=공효석 미니홈피
자랑스러운 부인 현희에게


남현희의 남편 공효석씨는 현역 사이클 선수다. 훈련이 얼마나 고된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 부부는 지난해 11월 웨딩마치를 올렸다. 2008년부터 교제를 시작한 이 커플은 공동 미니홈피를 운영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미니홈피속 다정한 사진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닭살커플인지 잘 알 수 있다. 공씨는 남현희와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지만, 꾹 참고 있다. 훈련때문에 런던으로 응원가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그럴 수록 더욱 힘차게 패달을 밟는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이 공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보 올림픽 준비하느라 힘들지? 4년간 힘들게 준비한 무대에 오를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왔어. 한달에 한두번 볼때마다 골반통증 때문에 다리에 테이핑 감겨져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펐어. 펜싱칼에 찔려 멍들고 심할때는 파인 곳을 볼때면 정말 펜싱을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냥 '주부' 남현희는 아직 너무 어색하고 '펜싱선수' 남현희가 더 멋지고 어울려. 무엇보다 여보가 펜싱을 더하고 싶어 하니까. 하지만 몸생각도 하면서 훈련해줘. 서로 운동만하고 살아갈수는 없잖아. 아기도 낳아야하고 그동안 못한 여행도 해야하잖아ㅋㅋ

이렇게 힘들게 준비할때 내가 옆에서 어깨라도 한번 더 주물러 주면서 힘을 더줘야하는데, 나도 바쁜 선수생활을 하다보니 기회가 없다;; 만약 올림픽에 같이 출전했다면 그 의미만으로도 멋진 추억이 되고 조금이라도 더 힘을 줄수있으텐데. 올림픽에 욕심을 가지고 더 노력할걸 하는 생각이 여보가 런던에 가고 나서야 많이 드네..

함께 런던에 가지못해 미안하고 난 팀에서 선수들과 열심히 응원할게^^ 4년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쉬운 은메달을 4년이 지난 지금 런던올림픽에서 감동의 금메달로 보상받기를 두손모아 기도할께.여보 화이팅!! -사랑하는 남편 효석으로부터'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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