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현 SK스포츠단 체력담당관은 청천벽력같은 '실격' 소식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박태환이 "나를 아이언맨으로 만들어주는 토니 스타크"라고 말했던 체력 전담 선생님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3년 넘도록 한지붕 아래 동고동락해 왔다. 1㎏을 더 들게 하고, 지방 1칼로리를 덜 먹게 하는 치열한 신경전 속에 미운정 고운정이 듬뿍 들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데드리프트 100㎏을 들어올리던 박태환의 다리는 이제 장정 2명 무게인 140㎏를 거뜬히 들어올릴 만큼 강인해졌다.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 무대 하나만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뒤로 미뤘다.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박철규 의무담당관은 경기 후 마사지를 하는 내내 눈물을 쏟았다. 불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박태환의 메신저'를 자청하는 강민규 통역담당관도 박태환이 볼새라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정작 박태환은 오히려 담담했다.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어떡해, 200m 열심히 해야지. 뭐." 애써 의연했다.
대한수영연맹은 28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실격 판정을 받은 직후 오후 3시경 실격 번복을 통보받았다. 실격도 드물지만, 실격 번복은 더 드물다. 희한한 일이 일어난 그 4시간 동안 박태환과 SK스포츠단 전담팀은 선수촌에서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실낱같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다.
저녁에 결선에 나설 선수는 오전 예선전에서 쏟아부은 에너지를 점심식사에서 충분히 보충해줘야 한다. 결승행이 좌절됐다. 그래도 레이스는 계속돼야 했다. 바로 다음날 아침 자유형 200m에 나서야 했다. 모래알 같은 밥을 억지로 삼켰다. 점심식사 후 컨디션 회복에 필수적인 낮잠도 건너뛰었다. 권 담당관은 선수촌 식당에서 공교롭게도 쑨양을 마주쳤다. 여유있게 전체 1위로 결승에 오른 쑨양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속상한 마음에 눈인사도 받는둥마는둥 하고 돌아섰다.
오후 3시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실격 판정이 번복됐다는 것이다. SK전담팀은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결선 무대가 불과 5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 SK전담팀이 분주해졌다. 박태환이 "배가 고프다"며 '권쌤'을 다급하게 찾았다. "그제서야 배가 고파진 모양이다. 급하게 바나나와 빵을 먹였다"고 했다. 권 담당관은 실격 번복 후 "태환이는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처럼 담담했다. 어찌나 침착한지 평소 태환이가 아닌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지난 3년새 박태환은 실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성숙해졌다.
이날 저녁, 자유형 400m 결선 무대를 응원하는 SK전담팀의 얼굴은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하루종일 냉탕과 온탕을 쉴새없이 오가며 탈진했다. 박태환의 몸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쑨양과의 맞대결이 결국 아쉬운 패배로 끝난 후 '박태환 전담팀'은 또다시 눈물을 꾹 삼켜야 했다. 누구보다 상심했을 박태환을 먼저 챙겨야 했다. '터프한 맏형' 권세정 SK스포츠단 차장은 "태환이가 우는 아이가 아닌데…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아이인데 쑨양한테 지고 얼마나 속상했을까"라며 그만 목이 메었다. 권 체력담당관은 "원래 실격으로 없던 메달 아니냐. 없던 메달을 따게 됐으니 다행"이라며 박태환을 위로했다.
29일 저녁(한국시각) 자유형 200m 예선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태환은 SK전담팀 이야기에 또다시 울컥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위로도 많이 해주셨다. 그런 면에서 죄송하다. 어제 하루만 보고 3년간 같이 달려왔는데…." 또다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 자꾸 왜 이러지…" 서로가 함께한 세월과 그간의 땀방울만 생각하면 맘이 저려온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려온 사나이들의 눈물이 애틋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