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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마린보이' 박태환이 실격판정이라는 역경을 딛고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이 스타트 과정에서 부정출발을 했고, 그와 같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실격판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는 것.
당시 박태환의 예선 레이스 장면을 방영했던 MBC가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박태환의 스타트 장면을 보여줬지만 육안으로는 박태환의 부정출발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국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른 국가의 방송사 중계진들 가운데서도 박태환의 스타트에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가 없었다.
국제수영연맹(FINA)가 심판진의 판정을 스스로 번복한 일은 실로 25년만의 일이라고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애초에 실격판정을 내리는 단계에서 신중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뒤늦게라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박태환에게 결선 경기 출전 기회를 부여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FINA 차원에서 스스로 내린 판단을 뒤집은 결정을 그것도 올림픽 무대에서 내렸다는 점은 그 어떤 경기단체에서도 하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며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점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박태환의 실격판정과 번복의 과정에서 박태환에 대해 실격판정을 내린 심판의 국적을 문제 삼는 일부 언론의 행태다.
언론의 용의선상(?)에 오른 심판들의 국적은 중국, 미국, 캐나다 등이다. 어느 국적의 심판이 심판장이었기 때문에 박태환의 실격판정에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거나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박태환의 부정출발을 잡아낸 심판의 국적이 어디라거나 하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무대에서 특정 심판판정에 대해 말썽이 빚어졌을 때 당시 경기의 심판의 국적과 경기상황과 문제가 된 심판판정이 해당 심판의 조국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를 연관시켜 '소설'을 쓰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렸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한 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이다.
필자가 한국사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특히 한국의 언론들이 그와 같은 피해망상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의 판정을 내린 심판의 국적을 문제 삼아서 언론이 얻으려 하는 것은 분명 상업적인 이익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와 같은 보도행태가 불러올 비뚤어진 스포츠 내셔널리즘의 폐해에 대해서는 책임지려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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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만의 반한 분위기를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대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그와 같은 일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선수였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양수쥔의 판정에 한국계 심판이 관여됐다는 것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만 언론이 좀 더 세심한 취재를 펼쳤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불필요한 사태였다.
스포츠를 통한 화합을 내세우는 올림픽 등 국가대항 종합 스포츠 이벤트가 오히려 국가간 갈등을 부추기고 비뚤어진 내셔널리즘을 표출시키는 빌미를 제공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언론이 '알권리'를 앞세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그런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런던 현지에서 변덕스런 런던의 날씨와 싸워가며 취재 열정을 불태우는 언론인들의 노력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지만 언론의 책임과 그 막중함을 좀 더 고민하고 보도내용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분명 심판의 판정에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혹제기의 수준이 스포츠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판정을 내린 심판의 국적부터 문제를 삼는 최근 일부 언론들의 행태는 스포츠 정신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할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행태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