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하늘을 감동시켜야 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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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은 4년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병원 검진을 받았다. 간수치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쉽게 피로해지는 가운데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고 8강과 4강전에서 잇따라 연장을 치른 끝에 결승에 안착했다. 그러나 끝내 체력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기회를 놓쳤다. 김재범은 이후 지옥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다시 우뚝 선 그는 2010~2011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하며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로 런던에까지 입성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다친 왼쪽 무릎 인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발기술을 하려면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해 말 입은 왼쪽 어깨 인대 부상, 팔꿈치 부상 등으로 왼쪽이 성치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4년전 아픔을 되풀이 할 수 없다. 오로지 금메달을 향한 일념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오히려 간절함은 쓰라린 부상마저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었다. "어깨부상이 오래 돼서 한 팔로 유도하는데 익숙해 졌다. 지금 와서 부상을 얘기하면 핑계를 대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부상 때문에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게 된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경기를 잘 끝내고 나서야 '아팠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고통을 참아내는 그의 노력이 하늘에 닿긴 했나보다. 대진운이 좋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세계랭킹 2위 레안드로 길레이루(29·브라질)와는 결승에 오를 때까지 만나지 않는다. 또 베이징올림픽에서 악몽을 안겨줬던 올레 비쇼프(33·독일)와 세계랭킹 4위 나카이 다카히로(22·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 그의 출사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땀은 흘릴 만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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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표정이 밝다. 훈련장에서 만나도 시합장에서 만나도 유쾌한 기운이 온 몸에 흐른다. 당장 경기를 앞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긴장하는 기색이 별로 없다. "긴장될 줄 알았는데 아직 긴장이 안된다. 기분은 편안하다." 사재혁의 런던 입성 소감이다.
그러나 이 유쾌함 뒤에는 남모를 고통이 숨겨져 있다. 말 그대로 부상 병동이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5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 무릎과 손목, 왼쪽 어깨에 이어 어깨 힘줄까지 모두 칼을 댔다. 부상을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서 런던을 별렀다. 그런데 지난달 부상 악몽이 다시 그를 괴롭혔다. 엉치와 척추뼈 사이가 벌어지면서 염증이 생겨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3주 동안 바벨을 내려놓아야 했다. '속성'으로 마무리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지만 100% 준비된 상황은 아니다.
부상에 이골이 나 아쉬워할 틈도 없다. 오히려 그가 꺼내든 '히든 카드'는 '투혼'이다. 사재혁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욕을 입에 물고 훈련했다. 지금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도 비웠지만 여전히 시상대 제일 높이 올라가고 싶다"며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사재혁은 자신의 최고기록(인상 165㎏, 용상 211㎏)을 뛰어넘는 라이벌 슈다진, 류샤오준 등과 메달 경쟁을 펼치게 된다. 최근 라이벌들의 기록추이가 좋아 사재혁은 평소 이상의 '괴력'을 쏟아내야 금빛 바벨을 들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단계다. 4년을 견뎌낸 노력의 땀방울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