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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년 전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리듬체조 포디움에 섰었다. 1년에 출전해본 대회라고는 프랑스 코르베유에손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이 전부였다. 마냥 떨리는 세계무대에서 양손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김지영 코치(현 대한체조협회 강화위원장)의 옷에 땀을 닦아내다 보면 앞섶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손연재 선생님' 김유경씨(37)가 기억하는 첫 올림픽의 기억이다.
성실하고, 유연하고, 재능 많고, 욕심 많은 제자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미 올림픽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던 김씨는 조기 유학, 대회 경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마침 슬로베니아 월드컵에 주니어 부문이 처음으로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연재를 반드시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체조협회에 손연재의 출전을 제안했지만 전례가 없던 일에 다들 시큰둥했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끈질기게 설득해 끝내 허락을 받아냈다. 당시 손연재의 집안 사정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다. 수백만원의 항공비와 체제비를 선생님이 부담했다. "수백만원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재능있는 제자였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출전한 슬로베니아 챌린지 대회(주니어)에서 손연재는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개인종합 우승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될 성 부른 나무를 알아본 IB스포츠와 계약을 한것도 이 무렵이다. "선생님 저 계약 했어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했던 제자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슬로베니아 대회의 수확은 또 있다. 세계 리듬체조계의 대모 비너르 러시아 협회장의 눈도장을 받았다. 당시 러시아에서 훈련하던 신수지의 후계자로 손연재를 지목했다. 손연재의 포디움 훈련 모습을 팔짱을 낀 채 유심히 지켜보더니 '김 선생님'에게 "저 아이 가능성 있다. 러시아에서 훈련하면 좋을 것같다"고 귀띔했다. 비너르 코치의 관심 속에 손연재는 지난해부터 카나예바, 콘다코바, 드미트리예바 등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센터에서 하루 8시간의 지옥훈련을 소화해 왔다. 김씨는 "연재에게 정말 좋은 기회다. 카나예바 등 러시아 선수들의 치열한 훈련 모습을 가까이서 본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