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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기 체질인가봐요."
그동안 단식 선수들은 주로 단식에서만 뛰어왔지만 복식 선수들은 남녀복식과 혼합복식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김동문이 하태권과의 남자복식, 라경민과의 혼합복식에서 이른바 겹치기 출전을 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겹치기로 출전했던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25·삼성전기)가 올림픽을 끝난 뒤 남자복식에만 전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당시 런던올림픽에서 이용대는 하정은과의 혼합복식에서 예선 탈락했고, 정재성과의 남자복식에서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김중수 감독이 '고의 패배' 사건으로 침체된 한국 배드민턴을 살리기 위해 임시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용대의 남자복식 전담을 선택했다.
이용대가 정재성의 은퇴로 인해 새로운 짝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한우물만 파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새롭게 선택된 짝이 고성현(김천시청)이었다.
고성현과 새로 짝은 이룬 이용대는 세계랭킹 1위까지 도약하며 성공적인 남자복식조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득춘 감독이 부임한 것을 계기로 1년 만에 과거로 회귀한다. 혼합복식 병행을 다시 하기로 한 것이다.
이용대의 새로운 혼합복식 파트너는 10대 유망주 신승찬(19·삼성전기)으로 우선 낙점됐다. 다음달 초 대만오픈부터 이용대-신승찬조가 가동된다. 시대에 역행하자는 게 아니다. 변화를 시도해보니 '이게 아니다'싶을 때 더 늦기 전에 원상복구를 하자는 취지다.
지난 7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한국이 단체전 금메달을 딸 때 이용대가 남자복식(고성현)과 혼합복식(장예나)에 겹치기로 출전한 것도 혼합복식 회귀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혼합복식으로의 회귀는 이용대가 원한 것이었다. 지난 10개월간 남자복식에만 전념하는 방법을 써봤지만 이용대의 체질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대는 "남자복식에만 전념해보니 4주일 정도 국제대회를 돌고 나면 체력적으로 오히려 힘들었다"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도 혼합복식을 함께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혼합복식에서까지 성적 욕심을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혼합복식 출전을 통해 훈련량을 더 늘려 남자복식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면서 "신승찬이 이용대에게 적합한 파트너인지 점검 기간을 거친 뒤 혼합복식의 비중을 높일지는 장기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힘들다는 겹치기 출전을 이용대는 왜 선호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강행군 체질인데다, 국가대표 초년병 시절부터 정재성과의 남자복식, 이효정과의 혼합복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이동수 여자-혼합복식 담당 코치는 "이용대의 경우 혼합복식을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복식은 남자 선수끼리 뭉친 터라 강하고 선이 굵은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반면 혼합복식은 정교하고 섬세한 플레이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특히 혼합복식은 상대적으로 파워와 스피드가 약한 여자 선수와 뛰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시야도 넓어진다.
이 코치는 "기량이 뛰어나 혼합복식에도 능숙했던 이용대가 남자복식의 강인한 플레이에만 집중하다 보니 신체 밸런스가 오히려 흐트러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국제대회 경기 순서가 혼합복식을 먼저 치르고, 남자복식을 맨 뒤에 하기 때문에 혼합복식에서 워밍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남자복식을 치르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용대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되찾은 것이다. 이용대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실패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겹치기 출전으로 혼합복식 금메달로 성공한 추억도 있다.
남자복식 업그레이드를 위해 혼합복식으로 새출발하는 이용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