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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탁구신동' 신유빈(군포 화산초 3학년)의 '폭풍성장'이다.
142명이 출전한 여자 초등부 단식에서 신유빈의 적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랭킹 1-2위'로 꼽히는 홍순수, 이승미(이상 천안용곡초 6학년)가 동아시아호프스대회 출전 때문에 불참했다. '에이스 언니' 2명이 빠진 녹색테이블은 '걸출한 신동' 신유빈의 독무대였다. 송곳 드라이브, 당찬 스매싱,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28강, 64강에서 윤희수(부천 삼정초 6), 변서영(경기 새말초 4)을 각각 3대0으로 가볍게 꺾었다. 32강 이다은(서대전초 5)과의 맞대결에선 2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3세트를 내리 따내는 뒷심을 보여줬다. 아홉살이라고는 믿기 힘든 대담함을 보여줬다. 3대2(10-12, 9-11, 11-9, 11-8, 11-9)로 역전승했다. 16강, 8강에선 6학년 언니 윤세희(대구 동인초) 송현정(나주 중앙초)을 각각 3대0, 3대1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 권연희(경북 포은초)를 3대0(11-9, 11-2, 11-4)으로 완파했고 결승에 올랐다. 한솥밥 선배인 5학년 유한나(군포 화산초)와 풀세트 접전끝에 3대2(11-4, 9-11, 12-10, 11-9, 13-11)로 승리하며 전국대회 초등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탁구뿐 아니라 어떤 종목에서도 전국대회에서 초등학교 3학년이 고학년을 줄줄이 제치고 우승하는 것은 극히 보기드문 일이다.
동그란 얼굴에 생긋 웃는 눈매가 깜찍한 이 '꼬마아가씨'는 테이블앞에만 서면 '못말리는 승부사'가 된다. 질 때나 이길 때나 표정변화가 없다. 떨림없는 '강심장'을 지녔다. 1m36의 작은 키로 혼신의 힘을 실어 날리는 백드라이브는 언니들을 단번에 무장해제시키는 유빈이의 필살기다. 이번 대회 32강전은 최대의 승부처였다. 상대 이다은은 대통령기 맞대결에서 한차례 패배를 경험한 까다로운 언니였다. 탁구에서 2세트를 먼저 내주고 3세트를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에서 신유빈의 진가가 드러났다. 거침없는 공격으로 끝내 역전승을 이뤄냈다. 무슨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똘망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포기 안하고 끝까지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신유빈 프로젝트'가 필요해
부산아시아선수권에서 함께 시범경기를 가진 혼합복식 챔피언 이상수(삼성생명)역시 "와! 잘하는데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메달리스트 출신 스타 탁구인들도 '신동' 신유빈의 가능성을 대번 알아봤다. '탁구영웅'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은 "유빈아, 허리를 돌리는 거야, 어깨를 쓰는 게 아니고…"라며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원포인트 레슨을 자청한다. 이미 또래들의 수준을 넘은 신유빈에게 초등학교 체육관은 좁다. 유빈이가 훈련을 위해 자주 찾는 삼성생명탁구단 체육관에서 틈틈이 볼박스를 해주는 이은실 코치(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재능이 남다르다. 집중력도 뛰어나다. 어린나이답지 않게 드라이브가 아주 매섭다"고 칭찬한다.
24~25일 양일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호프스 대회 최연소 출전을 기대했다. 경기도 선발전은 통과했지만, 규정, 절차상의 문제에 묶여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가능성이 충만한 어린 천재를 키워내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일본 탁구계가 '전략적 스타'로 키워낸 '아이짱' 후쿠하라 아이(25)는 좋은 예다. 탁구영재들을 위한 맞춤형 훈련과 지원, '신유빈 프로젝트'가 절실하다. 주니어대회, 카뎃 대회 참가횟수를 늘려 어린 나이부터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줘야 한다. 세대교체 과도기속에 침체된 한국 탁구계에 실력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어린 천재' 신유빈의 '폭풍성장'은 놓쳐서는 안될 호재다. 신유빈은 다음주 가족과 함께 중국 전지훈련을 떠난다. 또한번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