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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남매가 소치에 간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아이들이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후회없는 경기, 모든 걸 쏟아붓는 경기를 한다면, 그 결과는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박세영은 이한빈, 신다운, 이호석과 함께 나선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 1조에서 6분48초20의 기록으로 3위에 머물렀다. 3바퀴를 남겨둔 상태에서 1위로 달리던 이호석이 미국선수와 충돌해 넘어졌다. 판정에 기대를 걸었지만, 심판은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2년만에 남자계주가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박승희도 결승 무대에서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준준결선, 준결선에서 잇달아 1위에 올랐다. 국민들은 금메달을 예감했다. 한발 빠른 스타트 직후 2번째 총성에선 완벽했다. 1위 라인에 자리잡으려는 순간 안으로 파고들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와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가 충돌했다. 박승희가 크리스티와 충돌하며 펜스쪽으로 밀려나갔다. 박승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끝까지 달렸다. 4위로 골인했다. 크리스티에게 실격이 선언됐다.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했던 박승희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에 이은 생애 3번째 동메달, 16년만에 한국이 500m, 단거리에서 획득한 귀한 메달이었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는 '언니' 조해리의 손을 잡고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박승희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시쳇말로 '쿨'하다. 승부를 마음속에 오래 담아놓지 않는다. 세계선수권에서 왕 멍과 충돌해 넘어진 후, 10분만에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나 괜찮아"라는 씩씩한 문자를 보냈다던 그녀다. 올림픽 무대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도 의연하고 담담했다. 그녀는 쿨했다. 카메라앞에서 밝은 미소로 가족과 팬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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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마음 여린 막내아들 박세영을 걱정했다. "세영이는 소심해서 걱정이 된다. 빨리 쿨하게 잊고, 남은 500m 경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자대표팀은 계주에서 금메달을 염원했었다. 항암치료중인 멤버 노진규를 위해서라도 꼭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이었다. 예상밖의 예선탈락은 충격적이었다. 이씨는 "남자선수들이 상처를 받았을까봐 안쓰럽고 걱정이 많이 된다. 남은 경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