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경기가 2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화재 레오가 대한항공 진상헌, 강민웅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강타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2.23/
목마른 승부처였다.
순위표의 위치는 다르지만, 화두는 하나였다. '사수'였다.
두 팀 모두 '도망자' 신분이었다. 삼성화재는 위태로운 1위 자리를 지켜야 했다. 2위 현대캐피탈(18승7패·승점 52)이 다시 턱밑까지 추격했다. 두 팀의 승점차는 불과 1점이었다. 대한항공은 3위 자리에서 버텨야 했다. 20일 3위를 탈환한 대한항공(승점 41)은 4위 우리카드(승점 39)와의 격차가 필요했다.
23일 결전을 앞두고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집중력을 강조했다. 신 감독은 "이제 전술은 모두 드러났다. 집중력 싸움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어떻게 준비했다기보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이날 승부는 집중력의 차이에서 갈렸다. 삼성화재(19개)는 대한항공(34개)보다 범실을 줄이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3세트 19-19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범실로 무너졌다. 실수가 나왔다. 곽승석의 오픈 공격이 코트를 벗어났다. 또 21-19로 삼성화재가 앞선 상황에서도 잇따라 마이클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듀스 접전을 승리로 장식한 2세트 때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화재의 승리가 박철우의 경기력에 달려있다는 것도 증명됐다. '괴물' 레오가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박철우가 경기력의 기복을 줄여야 했다. 이날도 박철우의 경기력은 들쑥날쑥했다. 그러나 승부처인 4세트에서 이름 값을 했다. 박철우는 4세트에서 서브 에이스 두 방으로 대한항공 선수들을 '멘붕(멘탈 붕괴)'에 빠뜨렸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두 차례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신 감독은 "4세트에서 박철우가 가장 중요할 때 서브 에이스 2개를 해줬다"며 사위의 활약을 칭찬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스스로 무너졌다. 외국인 공격수 마이클이 혼자서 무려 16개의 범실을 하면서 공격 성공률이 뚝 떨어졌다. 마이클은 4라운드에 삼성화재에서 맞트레이드 된 세터 강민웅을 만나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4라운드 공격 성공률이 61.77%에 달했다. 1라운드(50.65%)-2라운드(53.27%)-3라운드(53.31%)에 비하면 8~10% 가까이 성공률이 좋아졌다. 그러나 이날 마이클과 강민웅의 찰떡호흡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강민웅은 마이클에게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 패턴을 보였다. 김 감독이 우려했던 점이 나타난 것이다.
신 감독은 강호 대한항공이라는 벽을 넘었지만 웃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남은 4경기에서 승점 12점을 따놓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2위 현대캐피탈은 5경기가 남았다. 신 감독은 "앞으로는 계획보다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팀이든 범실을 줄이는 싸움"이라고 했다. 또 "90%는 우리가 해야 한다. 10%는 '그(행운) 님'께서 오셔야 한다. 그 다음 결과는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