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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오직 두 갈래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김신욱의 유럽행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다수의 에이전트들에게 위임장을 발부해 새 둥지를 모색했지만, '관심'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여러가지 설이 흘러나왔으나 공식 제의는 단 한 건도 없다. 유럽 뿐만 아니라 중국 슈퍼리그 소속팀들도 가세했다. 하지만 김신욱이 유럽행을 1순위로 내걸면서 이들도 뜻을 접었다.
애매모호한 윤정환 감독의 마음
문제는 윤 감독의 태도다. 김신욱 이적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없다. 그저 "좋은 기회가 온다면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유럽, 중국 팀의 제의에 이어 K리그 구단들까지 손을 뻗치는 상황 속에서도 입장엔 변함이 없다.
김신욱은 울산이 키운 한국 축구의 스타다.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시작으로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길을 걸었다. 익을 수록 고개를 숙였다. 매 경기 뒤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의 사인, 사진 공세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올해 울산 구단의 지역 마케팅에 발벗고 나선 것도 김신욱이었다. 때문에 프렌차이즈 스타 김승규(25)와 함께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의 눈높이를 잘 아는 김신욱이기에 '유럽행이 아니면 잔류'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윤 감독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울산 잔류를 원하는 김신욱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전반기 울산 부진 이유 중 하나로 꼽혔던 게 '선수단 장악 실패'였다. 전술적 변화나 로테이션 과정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 무승 행진이 계속되는 동안 선수들끼리 '의지'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심동체'는 되지 못했다. 흔들리고 있는 선수들을 바로잡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이적 후보생인 김신욱을 붙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수단에게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008년 팀 리빌딩 과정에서 선수, 팬들의 거센 반발을 겪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정면돌파였다. 선수 면담 뿐만 아니라 직접 손편지를 써 선수들에게 속마음을 터놓았다. 구단 게시판에 스스럼 없는 문체의 장문의 글을 올려 팬심을 돌려놓기도 했다. 이듬해 전북은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정상에 올랐고, '절대 1강'으로 가는 첫 발을 떼었다. '소통의 힘'이었다.
선수단 운영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구성원을 추스르는 일도 게을리 해선 안된다. '의기투합'이 아니라면 '아름다운 이별'이 윤 감독, 김신욱 뿐만 아니라 울산, 나아가 '김신욱의 부활'을 바라는 한국 축구에게 이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