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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주만에 마음이 통했습니다. 서로의 니즈가 정확히 들어맞았죠."
픽셀스코프는 향후 2년간 대한탁구협회의 메인스폰서로서 연간 5억원을 후원하고, 중계 및 데이터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고, 협회는 픽셀스코프에 협회 주최 탁구대회 중계권과 스포츠 분석 및 데이터활용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대기업도 아닌, 낯선 이름의 스타트업 픽셀스코프가 탁구협회에 연 5억원을 내놨다니. 스타트업, AI 중계 자동화… 기존 협회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신박'한 단어들에 호기심이 폭발했다. 3월 중순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픽셀스코프 본사를 찾았다. 탁구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수많은 카메라, 모니터들이 설치된 실험 스튜디오에서 권기환 대표가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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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수많은 스포츠 협회 중 '젊고 스마트한 리더' 유승민 회장이 이끄는 대한탁구협회를 주목했다. 권 대표는 "유 회장과 탁구를 보고 남몰래 1년을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유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지인, 매체를 통해 알려진 추진력, 선수 출신 행정가의 감각을 높이 샀다. 야구, 축구, 배구 등 프로 종목도 검토했지만 진입 장벽이 높았다. 신기술에 대한 저항도 컸다. 종목 특성도 고려해야 했다. 예측불허의 스포츠 경기를 통해 선수와 공을 끊임없이 추적하면서 상황을 예측, 반복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선수와 공간이 제한적인 탁구 등 라켓 종목이 적합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향후 배드민턴, 테니스 등 라켓 종목으로의 확장성도 염두에 뒀다. 프로배구 VAR 라인 판독 시스템, 프로야구 기술분석 시스템 등을 통해 현장경험을 쌓은 권 대표는 2월 중순 1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탁구 중계 자동화 시스템'을 들고 직접 유 회장을 찾아갔다. 탁구의 프로화, 실시간 중계, 엘리트와 동호인의 상생을 고민하던 유 회장에게 귀가 번쩍 뜨일 제안이었다. 유 회장은 단순한 중계가 아닌 메인 스폰서로서 더 깊은 협업을 역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탁구의 혁신을 이끌 신기술에 매료됐다. 권 대표는 "나는 탁구협회, 유승민 회장에게 베팅했다"고 했다. 유 회장은 "나는 스타트업의 미래에 베팅했다"고 화답했다.
권 대표는 탁구를 통해 스포츠 중계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시켜 이를 기술표준으로 만든 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비즈니스 목표로 삼고 있다. 2년간 연 5억원 후원은 이 목표를 위한 첫 투자다. 유 회장은 픽셀스코프의 기술을 활용해 대표팀 경기력 향상은 물론 동호인들에게 개인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 동호인과 엘리트의 상생을 도모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우리의 스크린 스포츠 분석 기술로 각 탁구장에 중계카메라 센서를 달고 앱을 설치하면 실시간 중계도 되고 경기 녹화도 되고 경기 내용, 서브, 드라이브 시속 등이 분석된 데이터가 제공된다. 동호인도 자신의 히스토리를 보면서 프로선수처럼 경기력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프로처럼 자신의 경기를 녹화하고 나만의 데이터를 갖고 싶은 니즈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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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기술을 통한 탁구 발전, 탁구와 기술의 윈-윈을 꿈꿨다. "우리의 모토는 기술로 적극 개입해 승리를 이끈다는 것이다. 한국 탁구가 다시 금메달을 따는 데 기술을 통해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픽셀스코프의 탁구 중계 자동화 시스템은 6월 이후 첫 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일반 방송 수준이겠지만 경험치가 쌓이고 고도화되면 퀄리티가 아주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첫 도전임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패기만만' 눈빛이 유승민 회장과 닮았다. "아무도 도전해보지 않은 새 길이다. 탁구인들과 조율도 필요하다. 2년 후원이 잘되면 2년 더할 생각이다. 잘될 것이라 믿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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