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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대한민국 계영 대표팀의 대역전 드라마, 짜릿한 '반전 오더'가 통했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은 미국이 로마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6분58초55, 아시아신기록은 일본이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서 세운 7분02초26, 대회 신기록은 5년 전 자카르타에서 일본이 세운 7분05초17. 대한민국 수영은 아시아 신기록을 14년만에 경신했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포함해 남자계영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기록했다. 5년 전 자카르타 대회에선 4위로 메달을 놓쳤다. 중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 금메달 이후 13년 만에 안방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자카르타 대회 포함 9개의 은메달을 보유했다. 자카르타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역대 17번의 아시안게임에서 16번의 금메달을 휩쓴 강호다. 하지만 항저우에서 판도가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2022년 6월 24일 부다페스트세계수영선수권 결선에서 7분06초93의 한국신기록, 세계 6위, 13개월 후인 지난 7월 28일 후쿠오카세계선수권 결선에서 7분04초07로 2초86을 줄여냈다. 출 8개국 중 일본, 중국은 없었다. 아시아국가로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영국, 미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6위에 올랐다.
계영 800m은 자유형 영자 4명이 200m씩 헤엄쳐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 계영 강국은 곧 수영 강국을 뜻한다. 계영에선 통상 기록이 제일 빠른 에이스를 첫번째 영자나 마지막 영자로 쓴다. 기선을 제압하거나, 뒷심으로 추격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메달이 지상과제인 아시안게임에서 황선우를 1번 영자로 쓰고, 이호준을 마지막 영자(앵커)로 쓰던 기존의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47초대' 양재훈의 부담감을 걸어주되 4명 선수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묘책에 대한 고민이었다. 2022년 부다페스트, 2023년 후쿠오카, 두 번의 세계선수권에서 결선행, 최종 6위 쾌거를 이뤘던 탓에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게 작전, 순서가 모두 노출됐다.
결전의 날을 위해 코칭스태프는 진천선수촌에서부터 반전 오더를 준비했다. 이 감독은 출국 전 "깜짝 놀랄 오더다. 경기 당일 보시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감독의 전언대로 대반전이었다. 양재훈을 1번 영자로 내세웠다. 이호준-김우민을 2-3번 영자로 내세웠고 '200m 절대 에이스' 황선우에게 마지막 영자의 미션을 맡겼다. 기록순으로 1~4번 영자를 내세운 것. 초반 양재훈이 다소 밀리더라도 에이스들이 합심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라이벌들의 허를 찌르는 한편, 오히려 순위가 밀린 상황에서 상대를 추격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내는 상황이 첫 금메달에 절대 유리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양재훈이 1분46초83, 2위로 통과한 후 2번 영자 이호준이 100m를 1위로 턴하면서 중국을 따돌렸다. 김우민이 1분44초50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 후 이어 '최종영자' 황선우가 7분01초73 아시아신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중국 판잔러가 7분03초40을 2초 가까이 따돌리며 14년만에 아시아신기록과 함께 금빛 약속을 지켰다. 작전 대성공이었다. 황금세대 레이서들이 눈물을 쏟으며 뜨겁게 환호했다.
박태환 SBS 해설위원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지만 특히 양재훈 선수가 너무 잘해줬다. 통상 3번 영자로 나와 48초대를 기록했던 선수가 첫 번째 영자로 나와 1분46초83을 끊어줘서 이렇게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이 가능했다"며 양재훈의 폭풍 스퍼트를 칭찬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