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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제일 기쁩니다."
경영대표팀엔 4명의 지도자가 있다. 선수단 전체를 이끄는 이정훈 총감독과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등 남자계영팀을 전담하는 전동현 코치, 지유찬, 백인철, 이은지, 허연경 등 단거리 선수를 지도하는 김효열 코치, '김서영 선생님'으로 여자계영 400m동메달을 이끈 이지선 코치(경북도청)가 이들이다. 황금세대 뒤에는 '선수 퍼스트' 정신으로 헌신하고, 선수들의 쾌거를 누구보다 기뻐하고, 이 선수들을 더 잘 가르치고자 밤낮없이 공부하는 진천의 젊은 지도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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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체대 출신 백인철은 부산중구청 입단 후 지난해 11월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이후 출전한 대회마다 한국신기록을 다시 쓰는 괴력을 선보였다. 스물세 살의 나이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뒤늦게 수영이 만개했다. 김효열 코치는 "무엇보다 해내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 무엇이 부족한지 늘 궁금해하고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엄청 노력하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인철이의 경우 초반 스타트, 초반 스피드가 부족했다. 반면 후반 스퍼트는 아주 좋았다. 스타트 동작을 수정하면서 매대회 기록이 줄었다. 7월 후쿠오카세계선수권 때는 완성이 안됐는데 연습한 걸 실전에 써보고 몸에 익숙해지다보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2022년 11월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7월 첫 세계선수권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무대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건'에 대해 김 코치는 "인철이는 입촌 후 매대회 한신을 계속 내고 계속 발전하다 보니 외부 상황같은 건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본인을 믿고 자신감 있게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후쿠오카세계선수권에서 준결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때 기록(23초50)은 아시아선수 중 가장 좋았다. 그 부분에서 우리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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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영은 29일 마지막 레이스를 앞두고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를 휩쓸었다. 광저우 대회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한 데는 지유찬, 백인철 등 자신의 자리에서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스스로를 믿고 묵묵히 물살을 갈라온 선수들의 힘이 컸다. 황선우의 팀이 아닌 모두의 팀이다. 항저우 수영장에선 나가는 선수마다 포디움에 오르는 기적같은 일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김 코치는 "(황)선우부터 시작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김)우민이, (이)호준이 등 남자계영 멤버로 이어지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경영대표팀 전체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어느 한 명이 아니라 서로를 서로를 격려해주면서 함께 동반상승하는 모습이 놀랍고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황금세대 약진의 이유를 묻자 김 코치는 이렇게 답했다. "우선 아이들끼리 스스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엄청 크다. 여기에 대한수영연맹의 아낌없는 지원이 더해졌다. 호주 전지훈련이 아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아시안게임 현장서도 양말이 불편하다고 하면 양말까지 사다 날라줄 만큼 연맹에서 진심을 다해 지원해주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좋은 선수 뒤의 좋은 지도자를 언급하자 김 코치는 손사래쳤다. "우리는 헌신하려고 이곳에 지원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모두가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도와주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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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제자 지유찬, 백인철의 금메달을 굳게 믿어온 김 코치에게 '깜짝 금'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낯설다. 우리가 몰랐을 뿐, 진천의 스승들은 다 알고 있었다. 김 코치는 "'깜짝 금'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오더라. 미디어나 팬들은 놀라셨을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걸 위해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잘해낼 거라 믿었다. 이 좋은 선수들이 너무 주목받지 못해 마음이 안좋았다"고 털어놨다. "금메달을 딴 후 다른 나라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사진 찍자고 하는 걸 보면서 흐뭇했다"며 웃었다.
2000년생 수영 청춘들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김 코치 역시 "유찬이도 인철이도 이제 선수로서 제일 큰 짐(병역특례)을 덜었으니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아시아선수가 세계 무대 최단거리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김 코치는 "유찬이의 이번 자유형 50m 기록(21초72)은 후쿠오카세계선수권 결선 5~6위권 기록이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만큼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어떨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아쉬운 게 올림픽엔 접영 50m가 없다. 인철이는 내년 2월 도하세계선수권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에 머물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철이가 금메달 딴 후 내게 와서 처음 한 말이 '선생님, 터치가 아쉬워요'였다. 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는 선수다. 늘 부족한 부분을 챙기고 보완을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더 발전할 선수"라며 굳건한 믿음을 표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수영의 역사를 쓴 불꽃 레이스를 마무리하며 제자들을 향해 짧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고생한 만큼 다들 보상받은 게 제일 기쁘고 감사하다.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