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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으로 국제무대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던 다비드 마르티네스(33)는 2019년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식출범한 프로당구(PBA)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2019~2020시즌 PBA 출범 원년 멤버인 마르티네스는 역대 PBA 개인 통산 최다우승 타이 기록(8회)을 수립했다.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와 같다. 더불어 우승상금 1억원을 추가하며 PBA 최초로 개인 누적상금 1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르티네스의 누적상금은 10억1600만원이다.
더불어 이번 대회 64강에서 이해동을 상대로 애버리지 2.813을 기록하며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까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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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시절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은 조재호가 마르티네스보다 까마득하게 높았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빠르게 프로로 전향해 새 판에 일찌감치 적응했다. 이제는 마르티네스의 위상이 조재호보다 높아졌다. 명실상부 '당대최강'이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막상막하였다. 마르티네스가 1세트를 7이닝 만에 15-5로 따내자 조재호가 뒤질세라 2세트 하이런 13점을 앞세워 3이닝 만에 15-2로 승리했다. 긴 승부가 예감됐다.
하지만 조재호의 기세가 3세트부터 급격히 식었다. 마르티네스는 3세트 7-5에서 하이런 6점을 앞세워 13-6을 만든 뒤 6이닝 째 정교하고 과감한 뱅크 샷을 성공시키며 세트를 따냈다.
4세트가 결정적인 승부처였다. 3세트를 내준 조재호는 1이닝 6득점, 2이닝 7득점을 기록하며 13-4로 질주했다. 2점만 더 따내면 세트스코어 2-2로 동률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조재호는 마지막 한방을 날리지 못했고, 마르티네스는 상대의 기세에 위축되지 않은 채 반격의 펀치를 날렸다. 마르티네스는 곧바로 다음 이닝 때 8점 하이런을 기록하며 13-13으로 따라잡았다.
당황한 건 오히려 조재호 쪽이었던 듯 하다. 공격 기회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마르티네스는 다음 이닝에 보란 듯 2점을 달성하며 15-1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세트스코어 3-1, 사실상 4세트 결과로 승부의 추는 크게 기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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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는 우승 직후 공식기자회견에서 "항상 우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고 느낀다. 그만큼 우승하면 큰 보람이 따른다"면서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내가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누적 우승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것에 대해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기쁘지만, 사실 금액적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겐 항상 우승 트로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다. 트로피를 획득하면 상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면서 "이제 팀리그가 곧 개막하는데, 우리 팀(크라운해태)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