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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냥 평범한 선수…경쟁하면서 즐겁게 하고 싶다"

기사입력 2025-08-19 13:57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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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나는 그냥 평범한 선수다. 경쟁하면서 즐겁게 하고 싶다."

대한민국 테니스 '기록의 사나이' 이덕희(27·세종시청)가 또 한 번 새 역사에 도전한다. 이덕희는 오는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25년 도쿄 데플림픽(Tokyo 2025 Deaflympics)에 출전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12개 종목에 173명이 참가한다. 이덕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새 역사를 작성했다. 그는 2023년 그리스 헤르소니소스에서 열린 세계농아인선수권대회 남자 단식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플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이덕희는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데플림픽 무대를 밟는다.

이덕희는 데플림픽을 100일을 앞두고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첫 출전 기록) 갑자기 어깨가 너무 무겁다. 부담스럽지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2022년 브라질에서 열린 데플림픽에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엔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많이 아쉬웠다. 이번에는 출전하게 됐으니까, 대회에 나가서 선수들과 경쟁하며 즐겁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3급인 이덕희는 청각의 어려움을 딛고 비장애인 대회에서 실력을 겨뤘다. 그는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대화한다. 경기 중 상대 서브 소리, 라인 판정 소리 등을 들을 수 없어 시각적으로만 플레이를 판단한다. 하지만 이덕희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작성했다. 이덕희는 2013년, 불과 열다섯 나이에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7월엔 국제테니스연맹(ITF) 홍콩 국제 퓨처스대회 정상에 올랐다. 만 16세1개월의 나이로 한국 선수 최연소 퓨처스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에는 청각장애 선수 최초로 ATP 투어 대회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
사진제공=S&B 컴퍼니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
사진제공=S&B 컴퍼니
줄곧 비장애인 대회에서 경쟁하던 이덕희는 2023년 세계농아인선수권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장애인 대회에 나섰다. 그는 "어릴 때부터 주로 테니스 (단일) 대회에만 주로 나갔었다. 종합 스포츠 대회에 나가서 그런 분위기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새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농아인선수권대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이덕희는 "장애인대회는 (그동안 경험한 것과) 달랐다. 예를 들어 장애인대회는 심판의 사인 모션 등도 컸다. 정확히 눈을 보고 (판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덕희는 이번 데플림픽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그는 3일 중국 장시성 우닝에서 막을 내린 ITF 중국 퓨처스대회(총상금 1만5000달러) 단식에서 우승했다. 이덕희는 2022년 2월 이집트 대회 이후 이번에 3년6개월 만에 퓨처스 대회 정상에 올랐다. 주변의 뜨거운 관심도 받았다. 실제로 이덕희는 세계농아인선수권대회에서 사인 공세를 받았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나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한 반응이 놀라웠다. 내가 (장애인 대회 출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더 좋겠다 생각했다"며 "주목을 받아서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테니스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다. 다들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상황) 조심하려고 한다. 부상 없이 경기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韓 테니스 첫 데플림픽 출전 이덕희 "나는 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이덕희는 이미 한국 테니스에서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훨씬 더 많다. 이덕희는 "데플림픽까지 예정돼 있는 (비장애) 대회를 뛰면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컨디션도 체크해야 한다. 데플림픽 나가기 전까지 훈련하면서 체력 유지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데플림픽에 나가서 어떤 성적이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몇 번 더 나가고 싶다. 아시안게임도 나가고 싶다. 세계랭킹도 다시 올려서 메이저 대회도 다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덕희는 그동안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테니스 거장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덤덤했다. 오히려 "나는 그냥 평범한 선수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 대단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데플림픽에 나가서 많은 친구를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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