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에 일본 스모계가 깊은 고심에 빠졌다.
스모는 매년 두 달에 한 번씩 공식 경기(혼바쇼)를 개최한다. 그 중 도쿄 국기관에서 개최되는 1월(하쓰바쇼)과 5월(나쓰바쇼), 9월(아키바쇼) 대회가 중요한 무대로 꼽힌다. 대회 우승자에겐 '총리대신배'가 수여된다. 대부분 총리 비서실장격이 관방장관 또는 차관이 수여자 역할을 대신하지만, 2019년엔 당시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를 대신해 씨름판(도효)에 올라 총리배를 직접 준 바 있다.
여성의 도효 출입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2018년 4월 마이즈루에서 열린 순업(순회경기) 당시 마이즈루 시장이 인삿말 도중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진 상황에서 관람하던 여성 간호사가 도효 위로 올라가 응급조치를 시도한 상황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달라"고 말한 것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이 '됴효에 부정이 탔다'며 소금을 뿌린 사실이 밝혀져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전에도 오사카바쇼에서 당시 오사카부 여성 지사가 '도효 여성 출입금지' 불문율 때문에 단 아래에서 트로피를 수여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사상 첫 여성 총리로 등극하면서 도효 여성 출입금지룰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스포츠지 도쿄스포츠는 '다카이치 총리의 도효 출입 가능성에 대해 전 NHK아나운서가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현역 시절 NHK 스모 중계를 담당했던 후지이 야스오 전 아나운서는 자신의 유튜브에 '다카이치 총리가 혼바쇼 우승 시상식에서 도효에 오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여성이 시상을 위해 도효에 오른 적은 없다. 만약 다카이치 총리가 시상을 위해 도효에 오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일본스모협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이제 슬슬 (여성 도효 출입 금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것 아닐까. 이미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며 "과거 마이즈루 시장 사건에서 보듯,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의료 관계자가 현장에 있었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효에) 올라갈 수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모는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은 도효에 오르면 안된다'는 식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 역사는 근본적으로 '여성은 부정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게 근본적 원인이라면 완전히 이상한 일이다. 그 부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내 씨름에는 남녀 제한이 없다. 여성부 경기가 일반화 된 지 오래다. 스모도 그동안 여성 경기가 개최된 바 있으나 공식전과 달리 지방 순회시 이벤트성 경기 성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