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투혼의 프리스타일 스키어' 이승훈(21·한체대)이 결국 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이승훈은 20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76.00점으로 25명의 선수 중 10위로, 상위 12명이 오르는 결선에 이름을 올렸다. 스물한 살의 패기만만한 청춘이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행의 쾌거를 일궜다. 그런데 결선 1차 시기, 이승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식 사이트에 DNS(Did Not Start, 출발하지 않음)로 표기됐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현지시각 오후 7시30분 열릴 결선 무대를 앞두고 '비장의 무기' 더블콕 1800도 기술을 연마하던 중 슬로프로 떨어지며 무릎 부상을 입었다. 인대 파열이 의심되는 심각한 부상. 1차 시기 기권 후에도 이승훈은 슬로프를 떠나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무릎 상태를 보고 마지막 3차 시기, 한번이라도 결선 무대를 밟고자 하는 선수의 의지가 강력했다. 하지만 목발 없이 걸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부상. 결국 3차 런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코칭스태프가 선수 보호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이승훈이 앰뷸런스로 긴급 후송됐다.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올림픽 무대, 1~3차 시기 모두 DNS.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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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예선 16위로 결선행이 무산됐던 이승훈은 이후 폭풍성장했다.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고 자신할 만큼 신기술 계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피나는 분투에 국제대회 경험이 더해지며 이승훈은 지난해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두 번째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결선행 역사를 쓰며 폭풍성장을 입증했다. 예선전에선 오직 결선행을 목표로 전략상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1차 시기 결선행이 가능한 점수 76점을 받아든 후 2차 시기, 3차 시기 서서히 기술을 올리며 감각을 예열했다. 3차 시기 더블콕 1800도를 시도하던 중 넘어졌지만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결선에서 올림픽 무대에서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1800도, 5바퀴 회전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간절했던 결선 무대를 앞두고 결선 무대에서 가장 높이 오르기 위한 비장의 카드, 1800도 기술에 도전하다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대회 직전까지, 그리고 3차 시기 직전까지도 이승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걸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슬로프에 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이승훈 SNS
이승훈 SNS
이승훈은 결선 2시간 전 자신의 SNS에 "가보자!"라는 한 줄을 올렸다. 반드시 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 게임 '철권'에서 카미진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변신하는 데빌진,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한계의 쇠사슬을 끊어내고 승리하는 투혼의 캐릭터, 공중 기술에 능한 데빌진의 이미지를 올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뜻을 표했다. 이미지 위엔 'And I'm straight from the Chi', but I ball like I'm Mike((난 시카고 출신이지만, 마이클 조던처럼 경기를 지배해)'라는 힙합 가사로 부상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간절하고 치열했던 스물한 살의 두 번째 올림픽은 '한국 선수 최초의 결선행',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너무나 잘 준비했기에 그만큼 더 아쉬운 올림픽이었다. 이날 금메달을 획득한 브렌던 매케이(캐나다)는 1997년생, 베이징올림픽 9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2위 닉 고퍼(미국)는 1994년생, 서른한 살의 나이에 소치 동메달, 평창, 베이징 은메달에 이어 이 종목 4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005년생 투혼 스키어' 이승훈의 올림픽 꽃길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