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휠체어컬링이 이번 패럴림픽에서 16년 만에 메달을 따냈습니다. 선수들이 4년간 고생하면서…."
지난 3일, 경기도 이천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선수단 해단식 및 포상식, 선수들의 투혼을 떠올리던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67·노이펠리체 회장)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믹스더블 은메달리스트' 백혜진(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 "아… 안돼!"를 외쳤지만 '울보' 회장님의 눈물을 막기엔 역부족. 코르티나 올림픽컬링센터, 역사의 현장서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던 그다. 말을 잇지 못하는 윤 회장을 향해 컬링 국대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장애인 컬링의 키다리 아저씨' 윤 회장은 2020년 대한장애인컬링협회 수장이 된 후 장애인 스포츠 세계에 빠졌다. 2022년 선수단장으로 나선 베이징패럴림픽에서 휠체어컬링이 6위에 머문 후 컬링 국대들과 눈물을 쏟으며 "4년 후 반드시 메달을 따고야 만다"고 공언했다. 2022년 코리아컬링리그를 시작하고, 2024년 강릉세계휠체어믹스더블컬링선수권을 유치하고, 선수들의 전지훈련, 국제대회를 물심양면 지원하며 지극 정성을 쏟았다. '회장님'의 진심에 선수들이 눈부신 성장과 빛나는 성적으로 화답했다. '팀 200%' 백혜진-이용석 조(경기도장애인체육회)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첫 도입된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첫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10년 밴쿠버 혼성 4인조 은메달' 박길우 대표팀 감독 이후 무려 16년 만의 쾌거였다. 방민자, 차진호, 남봉광, 이현출, 양희태로 구성된 혼성 4인조도 동반 4강 쾌거를 썼다. 준결승서 최강 캐나다와 초접전 끝에 7대8로 역전패, 동메달 결정전서 스웨덴에 석패하며 메달을 놓쳤지만 한국 컬링의 힘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윤 회장이 선수들을 위해 이천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보양식과 함께 준비한 해단식, 믹스더블, 혼성 4인조,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협회 임직원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윤 회장은 사비를 털어 선수단 전원을 위한 포상금 1억원을 전했다. "포상금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모든 분들이 다함께 정말 고생했다"며 마음을 전했다. "베이징 때는 운이 너무 안따랐다. 그때 우리 선수들과 4년 후 반드시 메달을 따자고 결의했다. 여러분이 '세계 최고의 강팀', '세계 최고의 컬링 선수'가 되는 모습에서 또 한번 희망을 품게 됐다. 믹스더블은 첫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따냈다. 4인조 휠체어컬링도 4강에 올랐다"며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무엇보다 이번 패럴림픽을 통해 휠체어컬링이 너무 멋있고, 재밌고, 즐거운 종목이라는 국민적 인식과 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2030년 프랑스 알프스 패럴림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저도 남은 임기 3년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16년 만의 은메달을 획득한 박길우 감독, 백혜진, 이용석에게 메달 포상금 각 1000만원, 이유나 멘탈코치, 함기승 트레이너, 정재이 전력분석관에게 각 200만원의 포상금이 전달됐다. 휠체어컬링 4인조 임성민 감독, 이충용 코치와 5명의 선수들에게 각 300만원, 장창용 멘탈코치, 백현종 트레이너, 이윤미 전력분석관에게도 각 200만원의 포상금이 전해졌다.
모두의 진심이 오간 해단식 현장은 훈훈했다. 임성민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 감독은 "매경기 응원해주신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아쉽게 메달을 못땄지만 더 열심히 해서 프랑스 알프스에선 꼭 메달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박길우 믹스더블 감독은 "이런 멋진 해단식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잘했지만 협회의 지원, 현장에서 함께 노력한 지원 스태프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모두가 함께 만든 결실에 감사드릴 뿐"이라며 고개 숙였다.
'200% 강심장' 백혜진은 "휠체어컬링과 선수들을 너무나 사랑해주시는 회장님, 리그전을 만들어주신 덕분에 국제 무대에서 늘 상위권에 머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마음을 전했다. 이어 "스태프들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박길우 감독님, 코치도 없을 때 3명이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다.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혼성 4인조 '베테랑 홍일점' 방민자는 "패럴림픽 4강은 언제든 메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메달을 못딴 아쉬움도 크지만 계속 함께 전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후배들이 더 잘해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6년 만의 메달 약속을 지켜내고도 윤 회장은 아직 배고프다. 패럴림픽 출장 직후 장애인 스포츠 다큐 제작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이코어 박동현 대표(대한장애인컬링협회 부회장)가 2024년 이후 3년째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코리아휠체어컬링리그도 6월 8일 의정부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4년 후 프랑스 알프스에선 꼭 2개의 메달을 따서 돌아오자"는 승부사 '키다리아저씨' 윤 회장의 제안에 선수단이 "파이팅!" 한목소리로 답했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