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돌아온 펜싱 끝판왕'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또 한번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오상욱은 19일(한국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펼쳐진 아시아선수권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중국 에이스 루오 샤오퉁을 15대9로 가볍게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4번 시드를 받은 오상욱은 32강에서 인도 카란 싱 싱을 15대11로 꺾은 후 16강에서 우즈베키스탄 이슬람벡 아브다조프를 15대6으로. 8강에서 일본 에이스 고쿠보 마오를 15대12로 돌려세우며 4강 포디움을 확보했다. 4강 상대는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이자 파리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절친 후배 '1번 시드' 도경동. 한솥밥 대결을 15대9로 승리한 오상욱은 결승에서 후배의 몫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일본 츠모리 시도를 꺾고 올라온 루오 샤오퉁을 꺾고 기어이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동메달을 획득한 도경동과 함께 시상대에 2개의 태극기를 올리며 위대한 K-펜싱의 힘을 증명했다.
파리올림픽 개인전·단체전 2관왕 직후 1년간 국가대표를 내려놓았던 오상욱은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의 해인 올해 다시 진천국가대표선수촌으로 복귀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실력으로 2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지난 24일 시즌 마지막 대회인 이집트 카이로월드컵 개인전에서 세계 톱랭커들을 줄줄이 꺾고 우승한 기세를 아시아 무대에 그대로 옮겨왔다.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이 입주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이 시위로 인해 보름째 봉쇄됐다. 대회 참가비, 호텔비 송금이 불가능한 상황, 펜싱 블레이드, 재킷, 펜싱화 등 장비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참가비와 호텔비는 펜싱협회 임원 사비로 입금했고,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 등에서 대회 장비를 챙겨 인도를 향했다. 체육단체들의 사무실 진입 시도가 수차례 무산되는 과정에서 일부 극렬 시위자들이 펜싱협회 임직원, 선수들을 온라인상에서 비난하고 공격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위기의 순간, 펜싱코리아는 더욱 강해졌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말한다. 돌아온 오상욱이 2024년 이후 2년 만의 우승, '디펜딩 챔피언' 도경동이 2연속 포디움에 올랐다. 한국 펜싱은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3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2일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현장 1열을 지킨 해병대 출신 '키다리아저씨'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아시아펜싱협회 제1 부회장)이 우승 확정 순간, 오상욱을 끌어안으며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초 인천 SK텔레콤 그랑프리에서 남녀 국가대표 전원이 메달을 놓친 후 아쉬움을 누르고 "여러분의 길이 후배들의 길이 된다. 힘들지만 더 잘해줘야 한다. 더 힘든 훈련 과정을 감내하면서 '코리아!' '코리아!'가 전세계에 계속 울려퍼지게 해달라"고 허리 숙여 인사한 바 있다.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펜싱에 진심인 수장의 간곡한 당부에 '어펜져스'들이 금빛 포디움으로 화답했다.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인도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민주시민의 참정권 시위도, 국가대표의 금메달 투혼도 모두 똑같은 나라사랑, 똑같은 애국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