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 "데플림픽 메달리스트 고(故) 이다솜 선수, 보호 요청에도 방치됐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고(故) 이다솜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충남도청 A감독의 비위 혐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관계기관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남도청 직장운동경기부(여자 태권도팀) 소속 청각장애인 태권도 선수이자 데플림픽 메달리스트인 고 이다솜 선수는 지난달 17일 충남 논산시 숙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타까운 선택 후 유가족을 중심으로 소속팀 A감독 관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 A감독이 지난해 11월 이다솜 선수를 비롯한 충남도청 소속 청각장애 선수 3명의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신청을 누락하고, 선수들의 출전비, 전지훈련비를 유용한 혐의 등으로 올해 3월 4일 충남장애인태권도협회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자격정지 5년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달 24일 재심 청구도 기각됐다. 그러나 감독직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이다솜 선수 사망 후인 6월 29일 충남장애인체육회가 A감독의 재심 청구를 기각하면서 자격정지 5년 처분이 최종 확정됐다.
이 선수의 사망 이후 A감독이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고 징계를 피하고자 수차례 선수들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하는 등 정서적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유가족을 통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다솜 선수 유가족은 지난 3일 논산경찰서에 A감독을 고발했고, 스포츠윤리센터는 고 이다솜 선수 사망사건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김예지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 충남도청,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독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피해선수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분리조치나 직무배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예지 의원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남도청이 2026년 1월 1일 A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키웠다"고 봤다. A감독은 이다솜 선수의 사망 직전까지 감독직을 유지하며 전화나 카톡 메신저 등으로 선수들과 접촉을 이어갔다.
특히 충남장애인태권도협회가 2026년 1월 22일 충남도청에 공문을 보내 A감독에 대한 긴급 직무정지와 함께 피해 선수들이 보복 우려 없이 진술할 수 있도록 보호조치를 마련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으나 충남도청은 이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협회 공문만으로는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나 선수와의 분리조치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충남장애인태권도협회가 인권침해나 스포츠 비리를 알게 됐거나 의심했다면 스포츠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보다 적절했다"고 종목 협회에 책임을 돌렸다.
김예지 의원실이 입수한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에서도 A감독은 선수들에게 급하게 품새 종목 출전을 지시하면서 자비로 도복을 구매하도록 요구했고, '감독의 보고 없는 행동이나 개인 판단 절대 금지' '승인 없는 지시나 외부 인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계약 위반 사항'이라고 공지하는 등 선수들을 압박했다. 김예지 의원은 "A감독이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지도자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고, 이러한 위계적 관계 속에 선수들이 감독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봤다.
A감독은 이다솜 선수 사망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진술 강요 의혹이 알려진 뒤인 6월 21일에야 선수들과 분리되고 직무에서 배제됐다. 피해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보호조치는 없었고, 선수들은 재계약된 A감독 지도 아래 있었다. 또 시도지회 및 가맹단체들을 관리·감독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징계 과정에 대해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 정진완 대한체육회장은 "사건 발생 이후 즉각적인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분리됐지만 전화, 문자 등 실질적으로는 분리되지 못했고 감독직을 유지했기 때문에 지도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관련부서에 선수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 발생시 즉각 직무정지를 가능케 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징계 혐의자와 선수 즉시 분리 폭력·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이의신청 중에도 징계효력 유지 징계 의결사항의 대한장애인체육회 보고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선수위원회는 8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고 이다솜 선수의 희생을 기억하고, 제2, 3의 희생과 부조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나된 목소리로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의 인권을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충남도청 장애인 태권도 선수단 지도자는 장애인 선수들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회 참가 기회를 박탈함은 물론, 금품을 갈취하고 회유와 거짓진술 요구 등 부당한 행위로 인권을 침해했다. 지도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실시하고 피해자인 선수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청은 10일에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도자 자격을 상실한 A감독 징계 및 해임 절차를 논의한다.
김예지 의원은 "체육을 사랑하는 장애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비극에 비통함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피해 선수 보호를 위한 공식 요청이 명백히 있었음에도 관계기관은 감독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급급했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선수의 생명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주장했다. "감독의 권한보다 선수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만 지켜졌더라면 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각장애 선수들은 위계관계 속에서 의사 표현에 더 큰 제약을 받는 만큼,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되는 즉시 독립적인 조사와 분리조치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를 방치한 충남도청 등 관계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밝혀내겠다"면서 "다시는 장애인 선수가 홀로 방치되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에서 끝까지 모든 제도적·법적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