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불과 한 달 전이었다.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는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당시 랭킹 56위였던 후안 마누엘 세룬돌로(아르헨티나)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세트스코어 2-0, 게임스코어 5-1로 앞섰지만, 폭염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마스터스 대회를 5개 연속으로 우승하는 등 30연승을 달리던 신네르의 첫번째 좌절이었다.
신네르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윔블던에 모든 것을 걸었다. 거처인 모나코에서 훈련에만 매진했다. 윔블던의 전초전 격인 잔디코트 대회들은 모두 건너뛰었다. 경기 감각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는 컸다. 1라운드에서 50위 미오르 케츠마노비치(세르비아)에게 1-2로 끌려가다 3대2 신승을 거두자,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신네르는 강했다. 신네르는 1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3위·독일)에게 3시간 46분 만에 3대1(6-7<7-9> 7-6<7-2> 6-3 6-4)로 승리했다. 강력한 포핸드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올린 신네르는 곧바로 코트에 드러누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해 첫 윔블던 우승을 달성한 신네르는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우승 상금 360만파운드(약 72억5000만원)을 거머쥔 신네르는 세계랭킹 1위도 지키는데 성공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신네르는 자신을 향한 의심의 시선을 지웠다. 신네르는 올 시즌 단 3번 밖에 패하지 않았는데, 그 중 두번이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나왔다. 호주오픈에서는 준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에 패했다. 특히 신네르는 장기전에서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9번의 풀라운드 경기 중 8번을 졌다. 신네르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도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세 번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놓치며 알카라스에 역전패한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신네르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오픈의 아쉬움을 윔블던을 통해 지웠다. 준결승에서 조코비치를 단 2시간20분만에 꺾은 신네르는 지난 프랑스오픈 챔피언 츠베레프를 결승에서 만나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신네르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렸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라이벌' 카를로스 알카라스(7회·스페인)와 격차를 2회로 좁혔다.
신네르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메이저대회는 이야기가 다르다. 환경도 다르고 시작하기 전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며 "이번 대회는 파리에서의 부진 이후라는 점에서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나코에서 정말 길고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게 확실하다. 이 성취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오늘은 정말 대단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