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023년 KBO리그를 폭격했던 에이스 에릭 페디(33·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팀을 위한 눈물겨운 헌신 끝에 짜릿한 구원승을 맛봤다. 선발 투수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오프너 뒤를 받치는 롱릴리프'라는 낯선 보직을 묵묵히 수행하며 일궈낸 값진 결실이다.
페디는 12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펼쳐 시즌 5승(6패)째를 수확했다. 화이트삭스는 페디의 완벽한 징검다리 피칭에 힘입어 1대0의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 화이트삭스는 불펜 투수들을 연달아 투입하는 오프너 전략을 들고나왔다. 브라이언 헌더슨과 크리스 머피에 이어 팀이 0-0으로 맞선 3회초,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이어받은 선수가 바로 페디였다.
페디의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3회초 단 11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모두 깔끔한 땅볼로 유도하며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4회초 시어 랭겔리어스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후속 두 타자를 다시 땅볼로 요리했다. 5회초 공 10개로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빗맞은 타구들을 양산하며 3이닝 연속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6회초 1사 후 제이콥 윌슨에게 안타를 맞아 퍼펙트 행진은 깨졌고, 이어 타일러 소더스트롬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 첫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속 거포 랭겔리어스와 하임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페디의 짠물 피칭에 화답하듯 화이트삭스 타선은 6회말 2사 1루에서 체이스 메이드로스가 결승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페디에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7회초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온 페디는 후속 불펜진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구원승의 기쁨을 누렸다.
2023년 NC 다이노스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ERA) 2.00, 209 탈삼진으로 정규시즌 MVP, 최동원상, 골든글러브까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페디는 202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빅리그에 복귀했다. 시즌 중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돼 9승 9패 ERA 3.30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듬해는 32경기 4승 13패 ERA 5.49로 극심한 침체를 겪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으로 팀을 옮기기도 했다. 202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1년 150만 달러에 단기 계약한 페디는 6월 이후 롱릴리프 전환 성공해 6월 ERA 2.39로 반등했다. 7월 들어서도 2경기 동안 ERA 1.93의 짠물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6과 7월 ERA는 2.27이다. 팀의 얇은 불펜 뎁스를 메우기 위한 구단의 고육지책을 자신의 완벽한 부활 징검다리로 삼은 셈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